팔선도(八仙圖)에서 퉁소를 불고 있거나 혹은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있는 미장부가 한상자(韓湘子)이다. 이름은 상(湘), 존칭으로 이름자 뒤에 자(子)를 붙여 한상자라고 한다. 잔해 내려오는 기록으로는 자(字)는 청부(淸夫)이며 당나라 때 대문장가이며 유학자로 유명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의 조카이다.
한상자의 아버지 한회(韓會)는 한상자가 어린 시절부터 과분할 만큼 총명한 것을 알았다.
부친 : “이 아이는 타고난 재질이 뛰어나 장래 큰 재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선생을 초청해 공부시키는 게 어떨까?”
한유 : “형님, 제가 상의 스승을 수소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숙부인 한유는 결국 훌륭한 스승을 모셔 한상자에게 단독으로 학문을 전수케 하였다. 그러나 어린 한상자는 태어나면서 전생의 지혜를 가지고 있어, 어느 경서를 막론하고 한번 보기만 하면 암송하였고, 선생의 도움 없이도 그 경서의 깊고 현묘한 이치를 철저히 깨달았다. 경서 중의 어떤 부분은 선생도 해석할 수 없는 곳이 있었지만 한상자는 경전과 전고를 인용하여 그 도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곤 하였다. 가르치는 선생조차 탄식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한상자가 12~13세쯤 되었을 때, 이미 4~5명의 이름난 스승을 바꾸어가면서 학문을 닦았다. 한상자가 신동이라는 소문이 원근, 수백 리에 퍼졌다.
어떤 기록에는 한상자가 12~13세쯤 되었을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때부터 한상자는 숙부인 한유와 함께 살게 되었다. 공부와는 거리가 먼 불량한 생활을 하여 숙부인 한유의 속을 무던히도 상하게 하였다. 더는 학문을 닦지 않고 술 마시기를 즐기면서 무위도식하였다고 한다.
한유 : “상아, 언제까지 허송세월로 보낼 셈이냐? 너의 타고난 능력을 무엇에 쓰려고 이러는 게냐? 이제 학문 수양에 힘써야 하지 않겠니?”
한상자 : “숙부님 더는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것은 숙부님과 같지 않습니다. 또한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 밖의 공부일 따름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한유는 화가 나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상자는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외박하는 일이 많았다. 20여 세 때에는 낙양으로 친척을 만나러 간다고 하며 집을 나갔는데 거의 20년 동안 소식이 끊겼었다.
당나라 헌종 원화 년에 한상자는 돌연, 장안에 나타나 숙부 한유 집으로 돌아왔다. 몸에 걸친 의복은 남루하기 짝이 없고 얼굴에는 땟물이 흘렀다. 이를 본 한유는 마음이 불쾌했으나 막 집에 돌아온 한상자를 꾸짖을 수는 없었다.
한유는 한상자에게 밖에서 있었던 몇 가지 근황을 물어본 후, 집안에서 운영하고 있던 서당으로 가 글공부를 하도록 하였다. 다른 형제들이 글공부에 빠져있을 때, 한상자는 시서(詩書)를 가까이하지 않고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마치 그 형상이 나무 인형과도 같았다.
때로는 서당을 나와 집안의 심부름꾼 아이들을 찾아 노름을 하거나 혹은 술을 마시고 크게 취하여 외양간의 풀더미 위에 누워 자기도 하였다. 한번 잠을 자면 3일에서 5일 정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갑자기 밖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타나기도 했다, 한유는 한상자가 밖에서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시간을 내어 종종 한상자를 타일렀다. 그러나 한상자는 건성으로 예~ 예~ 하면서 얼버무릴 뿐이었다.
한상자는 숙부인 한유 집에 기거하다가 한 번씩 사라지곤 하였다. 집에 나타나서 숙부에게 선도를 배울 것을 권했다가 노여움을 산 때도 많이 있었다. 한번은 숙부 한유의 팔순 생일잔치가 열리는 날, 한상자가 모처럼 나타났다. 한상자도 손님으로 초청된 당대의 기라성 같은 벼슬아치들과 섞여서 술을 권하면서 담화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한상자의 시원한 풍모와 달변에 매료되었다. 하는 얘기마다 장생(長生)의 도(道)요 늙음을 늦추는 방법 등이었다. 한상자의 언변은 도도하여 좌중을 압도하였고 생활속에서 실천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유익하게 하는 법을 전수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당대의 잘나가는 손님들은 모두 한상자가 신선 공부를 제대로 한 진인(眞人)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던 유학자인 한유는 발끈하면서 나무랐다.
숙부 : “어디 내 앞에서 이러한 사설(邪說)을 늘어놓는가? 너의 구변은 현하의 달변이나, 이 자리에 참석한 어른들 면전에서 무슨 해괴한 망언이냐? 도대체 너는 요즘 밖에서 무슨 공부를 하였는가?”
한상자 : “제게 밖에서 배운 것을 물으신다면 이 자리에서 이 조카가 그 개황을 시(詩)로 지어 올리겠습니다. 숙부님 제가 읊는 시를 한번 음미해 보십시오.”
말을 끝내며 천천히 다음과 같이 시를 낭랑하게 읊었다.
靑山雲水隔 청산운수격 푸른 산은 구름과 물에 막혀있고
此地是吾家 차지시오가 이 땅은 나의 집일세
終日餐雲液 종일찬운액 종일 구름의 진액을 먹고
淸晨啜落霞 청신철낙하 맑은 새벽에는 떨어지는 노을을 맛본다
琴彈碧玉調 금탄벽옥조 거문고로 벽옥같은 가락을 타며
爐煉百朱砂 노련백주사 노에서는 백주사를 단련한다
寶鼎存金虎 보정존금호 보배 솥에는 황금 호랑이가 있고
芝田養白鴉 지전양백아 지초밭에서는 하얀 까마귀를 기른다
一瓢藏造化 일표장조화 표주박 하나에 조화가 감춰져 있고
三尺斬妖邪 삼척참요사 석 자 검으로 요사한 것들을 벤다
解造逡巡酒 해조준순주 준순주를 즉석에서 만들고
能開頃刻花 능개경각화 능히 순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有人能學我 유인능학아 나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共同看仙葩 공동간선파 함께 신선의 꽃송이를 볼 것이다
이 시를 다 듣고 난 한유.
한유 : (노여워하며)“이런 미치광이 같은 말이 어디 있는가?”
손님들 : “이미 큰소리 쳤으니 반드시 무슨 재주가 있을 것이다. 조카로 하여금 기이한 재주를 한번 보이게 하여 우리가 친히 볼 기회를 주시오. 한상자가 이러한 신통을 보여 우리에게 안목을 넓힐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그대는 어찌 방해하는가?”
한유 : “그렇다면 너는 능히 술을 만들고 즉석에서 꽃을 피우게 한다고 하였으니 이 자리에서 한번 시험해 보라.”
숙부 한유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당대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은 한상자의 시(詩) 중 ‘해조준순주(解造逡巡酒), 능개경각화(能開頃刻花)’ 부분을 보더니 한번 해 보라고 하였다.
한상자 : “(웃으면서)이것은 단지 작은 술법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대도와는 무관합니다. 삼가 명을 받들어 술을 만들어 숙부님을 축수(祝壽)하고 꽃을 피워 손님들을 즐겁게 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그마한 술법이 숙부님을 현혹하게 한다면 진실로 불경할 따름입니다.”
한유 : “네가 말로만 백번을 떠들어도 소용이 없다. 어찌 빨리 해 내지 않는것이냐?”
한상자 : “이보게 마당쇠야. 빈 항아리 하나를 가져와 마당에 놓고 뚜껑을 덮어주게나.”
그리고는 손가락 세 개를 튕기면서 몇 마디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 후 곧 덮개를 벗기니 항아리 안에는 미주(美酒)가 가득하였다. 한상자는 우선 한유에게 한 잔 올리고, 뒤이어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손님에게 한 잔씩 권하였다.
한상자 : “(웃으며)이 자리에 계신 대인 여러분! 빈도(貧道)가 권한 이 술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선들이 사는 곳(仙府)의 옥액(玉液)입니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한 잔만 마시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평생의 고질병도 고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뭇 손님들은 서로 다투어 가면서 마셨다.
한상자는 상석에 앉은 몇 분의 손님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한상자 : “존체에 어떠어떠한 병이 있었는데 이제 다 나았습니다.”
이때 그들 중 유(劉)모 대인이라는 손님은 심한 천식에 평생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이 술 한 잔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곧 담이 제거되고 기가 평안해지면서 가슴속이 편안해졌다.
유모 대인 : “(큰소리로)한대인, 당신의 조카는 진실로 도를 갖춘 신선이십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상자가 준 한잔의 선주(仙酒)로 소제의 반평생 고질병이 즉시 다 없어졌습니다. 이 어찌 신선의 묘도(妙道)가 아니란 말입니까!”
사실 한유도 워낙 나이가 많아 신체는 날로 쇠약해지고, 항상 요통과 동통이 떠나지 않았으며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눈이 침침하였던 터다. 이 술을 한잔 마시자 즉시 눈이 밝아지고 귀가 잘 들리며 허리뼈가 시원한 것이 전과 비교할 바 없이 편안해졌지만, 마음속으로 기뻐할 뿐이었다.
유대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상자는 도리어 웃으면서
“자. 그러면 꽃을 피우는 법을 보여드려 이 자리에 계신 대인들의 자리를 빛내드리겠습니다. 자리에 계신 분들은 무슨 꽃을 보고 싶으십니까?”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이미 때가 지난 다양한 꽃들을 요구했다.
한상자 : “이러한 꽃들은 때가 지난 꽃들입니다. 짧은 시간에 어디 가서 구해오라는 것입니까?”
한유 : “내 보아하니 네가 큰소리만 쳤지, 절반은 허황한 말뿐이로구나.”
한상자 : “(웃으면서)숙부님 너무 급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이 숙부님의 생일잔치이오니 조카가 어찌 힘든 일이 있더라도 사양하겠습니까? 세상에는 주문하신 꽃들이 없습니다. 다만 서왕모의 정원에 가서 빌려 오겠습니다.”
한유 : “서왕모의 정원이 이곳에서 얼마나 멀지?”
한상자 : “만약 노정으로 말하자면 구름을 타고 가면 3 ~ 5년 걸리고, 보통사람이 걸어서 가면 2 ~ 3천 년 걸립니다. 다만 신선의 경계와 형상은 작위(作爲)가 없는 것으로 실제로는 비어있는 것과 같습니다. 신령스러운 산은 곧 영대(靈臺)에 있고 선경(仙境)은 한 마디(方寸)에 불과 합니다. 조카가 보건대 세계 밖, 세계 가운데가 눈앞에 있습니다. 서왕모의 정원도 다만 문 밖과 문 안에 있을 따름입니다.”
말을 끝내고는 뜰로 나와서 공중을 향하여 한번 외치자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려오는데 무수히 많은 흰 학(白鶴)이 날아온다.
한상자 : “(웃으면서)너무 놀라진 마십시오. 이 자리에 계신 높으신 분들께는 허황하게 들리겠지만 이 흰 학들은 제 전생의 도우(道友)들입니다. 이제 그들이 꽃을 빌리러 갈 것입니다.”
한상자가 한 무리의 학에게 몇 마디 분부하자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사라지면서 순간 보이지 않았다.
한상자는 자리에 앉아 손님들과 잠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밖에서 학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모두들 정원으로 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무수한 학들이 수십 종의 기화요초를 물고 온 것이 아니었던가!
한상자 : “이것은 서왕모가 빈도에게 특별히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제가 보낸 학들이 꽃을 가져오기에 충분치 않아 특별히 서왕모 정원의 선학(仙鶴)들이 같이 가져온 겁니다.”
말이 채 끝나지 않아 한 무리의 학이 정원에 모여들면서 땅에 내려앉자 한 마리 한 마리씩 선학이 눈썹이 빼어나고 미모가 청수한 동자들로 변하더니 가져온 꽃을 들고 대청으로 들어온다. 이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보니 각 지방의 유명한 꽃들로서 피는 계절이 각기 다른 꽃들이며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이 대부분이었다. 색깔이 화려하기 그지없고, 맑은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니 생일잔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따름이었다.
예전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유 : “너는 학문수련은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신선도를 수련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별난 재주라도 있느냐?”
때마침 뜰에는 흰 목단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한상자 : “저는 이 꽃의 색깔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유 : “그렇다면 네가 한번 꽃의 색깔을 바꿔 보아라.”
한상자는 품속에서 무슨 약을 꺼내더니 흰 목단꽃 뿌리 밑에 그것을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년 봄에 이 한 무더기 흰 목단꽃이 다시 필 때 반드시 푸른색 꽃으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꽃의 네 면에는 다섯 가지 색깔이 서로 뒤섞여 있을 것입니다.”
한유는 내년이 되어야만 한상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한상자의 말이 황당무계하게 발뺌하는 말이라며 의심하였다. 그 자리에서는 더 거론하지 않고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며칠이 지난 후, 한상자는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자 숙부인 한유는 한상자가 꽃의 색깔을 바꾸겠다는 그 말을 한층 더 못 믿게 되었다. 꽃이 필 때쯤, 난처하게 될 것을 우려해 몰래 달아났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때가 마침 당 헌종이 사신을 봉상에 파견해 천축국으로부터 오는 부처사리를 맞아 오게 하고 또, 장안에 사리가 도착하였을 때는 헌종이 어전 누각에 친히 올라 의식에 참관하고 일반 백성들도 경축 퍼레이드에 참가하게 하는 등 성대하기가 그지없었다. 상가를 철시하고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다. 헌종이 이렇게까지 하자 유학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한유도 상소를 올려 이를 직간하다가 황제인 헌종의 노여움을 샀다. 헌종은 한유를 조주(潮州)자사로 강등시켜 당장 임지로 출발토록 하였다.
귀양길에 올라 상산(商山)에 도착했을 때 홀연 짙은 먹장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더니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몰아쳤다. 어지럽게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한유는 말을 타고 눈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갔으나 가면 갈수록 눈이 많이 내려 앞길도 보이지 않고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말을 세워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인적도 인가도 끊기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가하고 생각하니 장탄식이 절로 나오던 그때, 홀연 멀리서 한 사람이 눈바람 속에서 다가왔다. 이 사람이 말 앞까지 다가왔을 때 한유는 비로소 그가 한상자임을 알았다. 한상자는 눈이 내리는 길에서 한유에게 총총히 안부를 묻고 말고삐를 붙잡아 길을 인도했다. 한유와 길벗이 되어 인근 남관(藍關)역참까지 와 함께 투숙하였다. 한유는 조카 한상자의 도움으로 추위와 굶주림을 면하게 되자 비로소 한상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눈이 그치고 한상자는 또 한유와 길벗이 되어 함께 길을 출발해 정주까지 가서 이별을 고하였다.
한상자 : “숙부님! 저의 스승님께서 저와 함께 현호(玄扈) 의제봉(倚帝峰)에 가기위해 지금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더는 숙부님을 모시고 갈 수 없습니다.”
이때서야 한유는 조카 한상자가 기이한 인연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더 붙잡지 않고 즉석에서 7언 율시 아침에 구중궁궐 황제께 올린 상서 한 수 시(詩)를 지어 한상자에게 주며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하였다.
一封朝奏九重天 일봉조주구중천
夕貶潮陽路八千 석폄조양로팔천
저녁에 조양으로 팔천리 귀양길에 올랐구나
本爲聖朝除弊事 본위성조제폐사
상소는 원래 조정을 위해 그릇된 일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는데
豈將衰朽惜殘年 기장쇠후석잔년
늙고 쇠잔한 몸으로 귀양길에 올랐으니 어찌 말년이 애석하지 않은가
雲橫秦嶺家何在 운횡진령가하재
구름 빗긴 고갯길(진령)위에 서니 고향은 어디메뇨
雪擁藍關馬不前 설옹남관마불전
눈이 남관을 가로막아 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知汝遠來應有意 지여원래응유의
네(한상자)가 멀리서 온 뜻이 응당 있을 터이니
好收吾骨瘴江邊 호수오골장강변
풍토병이 있는 이곳 강가에서 (내가 죽거든)나의 뼈를 잘 수습해 다오
한유의 귀양지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해 봄, 집에서 보낸 편지가 조양에 닿았는데, 한유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 내용은,
‘집 마당에 있던 그 흰 목단꽃이 금년 봄에 피었는데 그 색깔이 전부 푸른색(碧色)이며 또한 꽃의 네 면에는 다섯 가지 색깔이 섞여있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은 그 푸른색 목단 꽃의 매 꽃잎 위에는 모두 파리 머리만 한 작은 해서 글씨로 14자가 씌어져 있습니다. 그 14글자는 "雲橫秦嶺家何在 (운횡진령가하재) 雪擁藍關馬不前 (설옹남관마불전)"인데 새겨진 글자는 천의무봉한 서법으로 정교하여 능히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편지를 받은 한유는 비로소 한상자가 기연을 만나 이미 신선이 되었음을 인정하였다. 만약 신선이 아니라면 어떻게 능히 금년에 지을 시(詩)를 작년에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아울러 시구를 꽃잎 위에 나타낼 수 있다니!
일설로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한유도 일심으로 도문에 들었다고 한다. 한상자는 한유를 인도하여 팔선의 일원인 종리권, 여동빈 두 분 스승을 만나게 했다. 두 신선께서 한유에게 전생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한유는 높은 학식과 지혜가 있고 또한 태어나면서 도가와 선연(仙緣)이 있어, 자연스럽게 오도(悟道)했다고 한다. 수도한 지 불과 10년 만에 심성을 확철대오하였다. 후에 하남 숭산 소실산에서 득도하고 태백성군(太白星君)의 인도하에 하늘에 올라 옥황상제를 알현하고 원래의 천직(天職)을 찾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 전해지고 있는 "한상자가 문공 한유를 제도한 일장 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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