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성

[SOH]

그 당시 장안에는 ‘야광안(夜光眼 )’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신선 요괴 등 온갖 것을 다 볼 수 있었다. 현종은 장과로가 곁에 있을 때 그 야광안을 불러 장과로의 내력을 보게 하였다. 그 야광안이 정전 안으로 들어와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망연한 듯 현종에게 물었다.

야광인 : “황상폐하! 제가 보고자 하는 장과로는 어디 있습니까?”


장과로는 현종 옆에 줄곧 앉아 있었고 한 번도 몸을 움직인 적이 없었다. 그 야광안은 근본적으로 장과로를 볼 수 없었고 하물며 장과로의 내력을 알아낸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였다.


또 그 당시 사람의 운명을 정확하게 맞추는 점술에 달통한 형화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형화박은 다른 사람의 운명을 볼 때 그 사람의 성명, 본적도 필요 없이 단지 점치는 산가지 몇 개를 벌려 놓기만 하면 곧 그 사람의 성명, 내력, 선악, 수요, 화복, 길흉 등을 분명하게 추산하였다.


형화박이 수천 명의 운명을 점쳤는데 정확하고 빠짐이 없었으며 영험하기가 신과 같았다. 현종은 진작부터 형화박의 신기한 점술을 알고, 그를 불러 장과로의 운명을 점쳐보게 하였다. 불려온 형화박은 탁자 위에 점치는 산가지를 벌려놓았다. 한동안 점을 쳐보았으나 점을 치면 칠수록 기가 꺾였다. 형화박은 장과로의 나이조차도 점쳐내지 못하였는데 기타 장과로의 다른 것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위 두 가지 일로 현종은 장과로가 더욱 고심막측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어느 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따르는 태감 고역사를 바라보면서 탄식하였다.


현종 : “수련해서 이미 신선이 된 사람은 추위와 더위가 그 신체를 침범하지 못하고, 바깥 물건이 그 몸을 범할 수 없다고 들었다. 지금 장과로, 이 사람은 점술가도 그 나이를 알 수 없고, 귀신 보는 사람도 그 진상을 볼 수 없으니 진짜 신선이란 말인가?”


“신선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혹시 가짜가 아닌가? 내가 듣기에는 술에 짐새 독을 넣고 고기를 오랑캐꽃에 삶아서 보통 사람이 먹으면 즉사한다는데, 신선만이 그것을 먹어도 죽지 않고 무사하다고 한다. 장과로에게 짐새 독주와 오랑캐꽃에 삶은 고기를 먹게 하여 죽는지 사는지 시험해 보아 신선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


고역사 : “영명하십니다. 황제폐하. 그 방법이 또한 극히 묘합니다.”


때마침 하늘에서 큰 눈이 내렸고, 날씨는 매우 추웠다. 현종은 혹독한 추위를 몰아낸다는 구실로 장과로에게 짐새 독주와 오랑캐꽃으로 삶은 고기를 내렸다.


장과로는 술과 고기를 받자 그 자리에서 먹었다. 독 술을 단번에 석 잔을 마시자 온몸이 훈훈하고 얼굴에는 취기가 올랐다.


장과로 : “이 술은 그 맛이 좋지 않다. 침상에 누워 잠이나 자야겠구나.”


잠에서 깨어나자 장과로는 홀연 몸을 벌떡 일으켜 거울을 가져오게 하여 자기의 이를 보니 하얗던 치아가 언제인지 모르게 이미 새까맣게 변했다. 장과로는 곧 시종에게 쇠로 된 집게를 가져오게 하여 이를 하나하나 두드린 후 천천히 그 이들을 전부 빼버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빛나고 투명한 붉은빛 가루약을 꺼내 바른 후 장과로는 다시 침상 위에 누워서 오랫동안 잠을 잤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나서 장과로가 거울을 보니 치아가 다시 자라서 입안 가득하였다. 새로 자라난 그 이는 이전의 이보다 더욱 하얗게 빛났다.


현종은 장과로가 짐새 독주와 고기를 먹고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기쁨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말했다.


현종 : “보아하니 장과로 선생은 신선임이 분명하구나! 이에 내 직접 조서를 내리노라. 항주에 사는 장과로 선생은 방외 지사이다. 행위는 고상하고, 지식은 깊고도 현묘하다. 세상을 피해 은거한 지 오래인데 조정에서 불러 장안에 왔다. 그 나이를 아는 사람이 없고, 단지 오랜 세월을 누렸음을 추측할 뿐이다. 황제가 道를 물으면 그 지극한 이치까지 대답하였다. 장과로 선생에게 은청광록대부(銀靑光祿大夫)관직과 아울러 통현(通玄)선생이라는 호를 내린다.”


어느 날 현종이 함양으로 사냥을 나가서 보통 사슴보다 훨씬 큰 사슴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궁궐로 돌아와 그 사슴을 잡아서 요리하려고 하는데 마침 장과로가 그것을 보았다.


장과로 : “이 사슴은 선록(仙鹿)이고, 그 수명이 이미 천년이 넘었습니다. 한(漢)나라 원수 5년(기원전 118년)에 제가 한무제와 함께 상림원에서 사냥하던 중, 산 채로 잡았다가 놓아주었던 바로 그 사슴입니다.”


현종 : “산과 들에는 사슴이 많다. 한무제와 그대가 놓아준 그 사슴이라면 한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천년인데 아마 다른 사냥꾼들에게 붙잡혔을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이 사슴이 한무제가 잡은 사슴임을 아는가?”


장과로 : “한무제는 이 사슴을 놓아줄 때 왼쪽 뿔 밑에 동으로 만든 패찰 하나를 붙여놓았습니다. 그것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현종 : “과연 사슴의 왼쪽 뿔 밑 부분에 패찰 하나가 붙어있구나. 그 위에 새겨진 문자는 오랜 세월이 흘러 녹이 슬었고 분명하지 않다. 이 사슴을 생포했을 때가 간지(干支)로 어느 해이고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흘렀는가?”


장과로 : “바로 계해(癸亥)년, 한무제가 곤명지(昆明池)를 열었던 그 해입니다. 지금은 갑술(甲戌)년이니까, 이미 825년이 지났습니다.”


현종은 역사를 관장하는 태사(太史)에 명해 역서를 대조해 보게 하였는데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그 때서야 현종은 장과로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았다.



현종 때 장과로 이외에 정통한 법술을 갖춘 엽법선(葉法善)이라는 도사가 있었다.


현종 : “장과로의 내력이 불분명하고 궁금하다. 그대는 장과로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가?”


엽법선 : “신이 알기는 하오나 만약 장과로의 내력을 말한다면 그 말을 끝내자마자 곧 죽게 됩니다. 그래서 감히 입을 열 수 없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제가 죽은 후, 황제의 모자를 벗고 맨발로 장과로에게 가서 살려달라고 하신다면 저는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종 : “내 그리하겠다.”


엽법선 : “장과로는 천지가 처음 나누어질 때 태어난 흰 박쥐의 정령입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과연 엽법선은 일곱 군데에서 피를 흘리며, 땅에 고꾸라져 죽었다. 현종은 곧바로 황제의 모자를 벗고 맨발로 장과로의 처소로 찾아가서 사죄하였다.


현종 :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니 엽법선을 살려주시게.”


장과로 : “이 어린아이는 뽐내면서 천기를 누설하였습니다. 만약 엄하게 벌하지 않으면 큰 일을 망칠까 두렵습니다.”


현종이 여러차례 간곡하게 청하니, 장과로가 맑은 물을 한입 물고 엽법선의 얼굴에 뿜자, 그때서야 엽법선은 정신을 차리고 살아났다.


궁궐에 머물던 장과로는 스스로 나이가 많고 병을 핑계대면서 여러 차례 항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였다. 현종이 말려도 어쩔 수 없자 현종은 비단 백 필을 하사하고 가마와 시종 두 명을 딸려 보냈다. 항주에 도착한 후 시종 한 명은 장안으로 가고 나머지 한 명은 장과로를 따라 입산했다. 천보(天寶) 초(742년) 현종이 다시 사자를 보내 장과로를 조정에 나오게 하였으나 장과로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제자가 장과로의 장례를 중조산에서 치르고, 현종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현종은 믿을 수 없어서 사람을 시켜 장과로의 무덤을 파게 했는데, 관은 비어있었다. 현종은 장과로 무덤자리에 ‘서하관’(棲霞觀)이란 도관을 세우고 장과로에게 제를 올리도록 하였다.


후세 사람들은 장과로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는 그림 위에 다음과 같이 詩를 썼다.


擧出多少人   거출다소인  
많은 사람을 들어보아도

無如這老漢   무여저노한  
이 늙은이 같은 이 없네.

不是倒騎驢   불시도기려   나귀를 거꾸로 탄 게 아니라

萬事回頭看   만사회두간  
모든 일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