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성


[SOH] 어느 날 한 거지가 사찰 안으로 느릿느릿 걸어들어 오더니 부처님께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부처님, 저는 당신이 가장 부럽습니다. 하루 종일 넓은 불당(佛堂) 위에 앉아만 계셔도 수많은 신도들이 스스로 찾아와 향불이며 음식을 바치니까요. 하지만 저는 매일 사람들의 욕을 먹을 뿐만 아니라 또 배고픔을 참고 견뎌야 하니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막 이 말을 마치자 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속에 불만이 가득하고 끊임없이 불평하는 거지를 보신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세간의 모든 것에는 다 인과(因果)가 있느니라. 네가 기왕 내가 부럽다고 하니 그럼 우리 둘이 하루만 신분을 바꿔서 네가 부처가 되고 내가 거지가 되어보자.”

거지가 보기에 이는 너무 좋은 일이라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에게 바로 응답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네가 부처가 된 하루 동안 그 어떤 신도가 방문하더라도 네가 그 어떤 것을 보고 들을지라도 절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탁자 위에 있는 공양물을 본 거지는 이미 참지 못하고 빨리 부처님더러 떠나시라고 했다. 부처님이 막 떠나시자 거지는 곧 공양 탁자에 앉아 배불리 먹고는 막 몸을 좀 움직이려고 했다. 이때 화려한 옷을 차려 입은 한 원외(員外)가 들어왔다.

원외는 예물을 바치고 향을 올리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좀 있으면 제 나이 벌써 50인데 슬하에 아직 자식이 없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 제게 아들을 하나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거지가 막 입을 열려다가 부처님이 떠나기 전에 하신 그 어떤 일에도 끼어들지 말라는 당부가 생각나 가까스로 참았다.

원외가 기도를 마치고 나갈 때 그만 몸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가 공양 탁자 옆에 떨어졌다. 원외가 문을 나가자마자 곧 소박한 차림의 한 서생이 들어왔는데 얼핏 봐도 가난해 보였다.

서생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잇따라 절을 올리며 말했다.

“부처님 한 달 후 서울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합니다. 10년간 어렵게 공부했으니 부처님 보우하사 이번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절을 하려고 고개를 숙일 때 원외가 떨어뜨린 돈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서생은 이는 부처님이 영험해서 자신이 서울에 갈 때 여비가 없는 것을 아시고 특별히 하사하신 것이라 여겼다. 이에 급히 부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돈주머니를 들고는 총총히 떠났다.

이어서 세 번째로 복을 구하러 온 사람은 어부였다. 이번에 어로를 위해 바다로 나가는 까닭에 부처님께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바로 이때 원외가 돌아와서는 돈주머니를 찾았다. 당시 사찰 안에 오직 어부 한사람뿐인 것을 본 원외는 그가 돈을 가져갔다면서 고집을 부렸다.

두 사람이 반나절을 다투다 원외가 기어코 어부를 관아로 끌고가려 했다. 이때 거지가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는 원외에게 나타나 말했다.

“네 돈주머니는 어부가 아니라 서생이 가져갔느니라.”

결국 원외는 서생이 있는 곳에 가서 돈주머니를 찾고 어부를 놓아주었다. 거지는 속으로 자신이 좋은 일을 했다고 여기며 득의양양해 했다. 이때 부처님이 돌아와 그에게 애초 약속을 어기고 사람의 일에 끼어들었으니 생생세세 소나 말로 태어나고 사람으로 전생할 수 없는 징벌을 내리셨다.

거지는 자신은 잘못한 일이 없다며 승복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가 진심으로 승복하게 하고자 거지를 데리고 미래로 데려갔다. 미래의 서생은 비록 돈주머니를 원외에게 돌려주긴 했지만 도둑이란 죄명을 썼고 앞길을 완전히 망쳤다.

서생의 앞길을 훼손한 원외 역시 자신에게 재앙을 초래했다. 아들을 구하고자 빌었지만 실현할 수 없었고 줄곧 혼자 외롭게 늙어갔으며 가업도 쇠퇴해져 계승할 사람이 없었다.

셋 중 가장 비참한 것은 어부였다. 거지가 당시 개입해 그의 무고함을 입증했지만 이튿날 예정대로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 바다에서 죽는 바람에 시신조차 보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거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부는 관아에 잡혀가 이번 폭풍이란 큰 겁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 사람의 미래를 직접 목격한 거지는 자책하며 고개를 떨궜다.

부처님이 그에게 말했다.

“세간의 일체는 모두 인과가 있으니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때로는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것이다.” / 正見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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