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성여자의지구삶이야기
문정희 수필집 중에서

나는 神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수나  석가모니나 마호메트나 결국 통하는 길은 하나다. 그 진리를 바탕으로 우리 삶이 좀 더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 여름 휴가 때 타로 가방을 가지고 휴가지에 갔다. 심심한 한 여름밤에 그걸 펼치니 난데없이 놀이기구에 모두 호기심들이 발동했다. 십 만원짜리 점쟁이보다 낫다는 헛칭찬도 마구 들었다. 그런데다가 이 사람들이 공정가를 자꾸 무너뜨린다. 한 두어달 만에 타로로 벌인 돈이 지갑에 두둑하다. 그건 따로 모아서 한 푼도 안 썼다. 좀 모이면 불우이웃 돕기를 할 요량으로 모았다. 서울 사는 큰 딸이 자기 집에 엄마가 올라 갈 땐 늘 엄마, 타로 가지고 오라는 주문을 잊지 않는다. 삶에 자잘한 궁금증, 살아갈 방향을 전적으로 엄마 타로에 의지하고픈 생각으로 그런다는 건 알기에 서로 그 카드를 놓고 웃고 조언해 주고 조심시켜 주고 지혜롭게 사는 도구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

한 번도 세어 보지도 않고 넣어두었던 복채를 세어보니 60만원이 된 탓에 연말에 고민을 했다. 어디에 어떻게 이 돈을 유용하게 쓸 것인가 생각하던 차, 마침 어느 지리산 골짝 조그만 암자에 평생을 곧게 돈하고 담쌓고 사시는 스님 한 분이 계시는데 그쪽으로 시주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듣고는 친구들을 차에 태우고 하루 소풍 삼아 그 절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봉투째 시주를 하고 돌아왔다.

지난 연말에, 그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사롭게 생각했는데 무슨 시주 돈을 그리 많이 넣었냐는 인사였고, 마침 참 요긴하게 쓸 데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전화가 왔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요긴하게 쓸 곳이 있는 절에 시주를 한 게 참 다행입니다. 연초에 곶감을 많이 보내오셨다. 아주 달짝 하고 쫄깃한 곶감 맛이 타로 맛이다.

남의 사는 얘기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이왕에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엮어가는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렇게 살아 갔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기에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가자는 게 작은 소망이다.

*****

수필의 매력은 작가의 디테일한 내면 풍경을 보는 데 있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면의 그림자와 조우해서 솔직하게 자기 안의 모습을, 심저에 숨어있던 풍경을 서정어린 그림처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이 수필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문정희 수필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그린 풍경화라 할 수 있겠다 문정희는 사막의 쨍쩅한 햇볕 속으로 순명하며 걸어가는 작가다. 그녀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건축했던 인생 파노라마를 내어놓았다. 인생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리움을 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풍경일 것이다.

- 권대근(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