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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육조 혜능 대사는 《금강경》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도록 하라”는 구절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혜능이 깨달음을 얻은 문장은 다음과 같은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불가에서  ‘머묾’은 ‘집착’을 의미한다. 내 마음 밖의 어떤 대상에  마음을 두어 머문다는 것은 곧 그 대상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혜능이 깨달은 금강경의 게송은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려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요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집착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당신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사람에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기를 원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타인의 행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심지어 당신은 완전하지 못한 그들을 오히려 동정할 수도 있다.

교통체증이 심하거나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뀐다면, 예를 들어, 꽉 막혔던 도로가 갑자기 시원하게 뚫리거나 길게 늘어섰던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더 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일이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집착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음으로써 불편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불만을 표시할 때, 당신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즉각 반격할 것이다. 당신은 상대가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이 같은 집착을 버린다고 해도, 상대의 그릇된 말과 행동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당신의 화내지 않는 행동이 굴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침착하게 마음을 지켜 자신을 보호함인 동시에 상대를 이해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집착에서 비롯된다.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압박을 느끼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서로 다투며 더는 소통하지 않으려 하고, 외로움을 느끼고, 맛난 음식만 찾거나 돈을 마구 쓰기도 한다.

집착을 버리면 어떤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까?

우선 집착을 내려놓았을 때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자.

당신에게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약물중독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정말 진심으로 그가 마약을 끊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크나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를 도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가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당신이 그를 도울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이 같은 스트레스와 고통은 당신의 집착 때문에 생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가 행동하기를,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신은 사랑 하고 싶어 하지만, 사랑은 집착을 수반하기에 괴롭기도 한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도 집착 때문에 약물중독이 됐을 것이다. 집착과 번민을, 심지어 자신이 곤경에 빠졌다는 생각을 약물의 도움으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중독이 되고부터는 약물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계속하게 됐으리라. 점차 중독이 심해졌고, 결국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됐을 것이다. 그 또한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며, 우리는 진심으로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결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에게 ‘이러 이러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단지 사랑할 뿐이다. 가까이에서 그를 보살피고 도우면 된다. 마음을 활짝 열어두되 어떤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를 도우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신은 그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심리상담, 약물치료 또는 명상 등 당신이 아는 모든 방법을 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반드시 당신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집착이다. 당신이 그에게 줄 것은 온전한 사랑뿐이다.

이것이 바로 집착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돕는 방법 가운데 한 가지다. 이제 우리는 어떤 곤경에 빠지더라도 집착에서 벗어나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

‘내려놓기’ 연습

누구도 자신은 집착이 없다거나 집착을 버리기가 쉽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집착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이처럼 연습을 한다면 우리는 훨씬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입맛이 없거나, 좌절감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한눈을 판다면 결국 집착이 있다는 것이다.

집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 또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리고 그런 느낌은 당신의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신체의 미묘한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아침마다 5~10분간 명상을 해보라. 한 달 후에는 10~15분으로 시간을 늘려라. 명상하고 싶지 않거나(예를 들어 휴대폰을 보고 싶어서), 일이 바빠서 명상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기 힘들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명상이 힘든 것은 모두 집착이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굳어진 생각과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고, 당신이 꽉 붙잡고 있는 것을 놓아버려라. 억지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내려놓기 연습은 당신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스스로 이렇게 말하라.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바라지 않는다. 결과가 어떠하든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을 테니까.”

집착 중에 ‘자아(自我)’에서 벗어났는지 관찰하라. 당신이 무언가에 집착할 때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모든 것이 당신을 만족시키며, 당신이 좋아하는 일만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있다.

시야를 넓혀라.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그들이 가진 집착이 당신과 같은지 알고자 하라. 실제로 모든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며, 이익이나 손실을 지나치게 따지려 들지 마라. 당신의 능력이 향산되면 더는 자기중심적이지 않게 되고, 그러면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사 좋은 면을 보아라. 한 길만 가다 보면 다른 길의 풍경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다른 길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다면, 자신이 가는 길에 과도한 집착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내려놓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집착에 대해 늘 생각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마음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저자 소개 : 레오 바바우타(Leo Babauta). 6권의 저서가 있으며, 블로그 ‘선습관(Zen Habits)’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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