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성

노인 : “노란 조밥이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꿈이 끝났네. 자네 오십 년 부귀영화도 절정까지 갔다가 이렇게 끝나지 않았는가?”

여동빈은 본래 도를 향한 마음이 있었는데, 단지 지난 10년간 어려운 고난이 있었고 그 고난에 대한 소득이 없어서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생생하게 꿈속에서 점화(點火)되었고, 갑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깨닫게 되자 세상에 미련을 버리고 수도하고자 결심하였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운방(雲房)선인 종리권에게 절하고 스승으로 모셨다.

노인 : “천부적인 너의 좋은 자질을 보건대 세상을 제도하는 선(仙)술을 닦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욕칠정에 물든 인간의 마음을 제거하기가 어려워 신선이 되기는 어렵다. 너의 공행(功行)을 다 채우지 않아서 설사 신선이 되는 신선술을 배웠다 하더라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쇠를 금으로 만들고, 납을 은으로 만드는 황백술(黃白術)을 전수하는 것보다 못하다. 너는 이 황백술로 세상을 제도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라. 삼천 가지 공덕이 차고 팔백 가지 선행을 마치고 나면 내가 다시 와서, 그때, 너를 제도하겠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사제의 예가 끝난 후 선인 종리권은 여동빈의 손을 끌고서 장안교외로 갔다. 그곳에서 순간적으로 공간이동을 하여 종남(終南)산 학정(鶴頂)봉 위의 동굴 밖에 도착했다. 동굴에 들어가니 햇빛이 비추어 들어오는데 포근하기가 봄날과 같았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이 큰 반석 위에 마주앉아 원화주(元和酒)를 석잔 마시고 있는데, 비취빛 저고리에 붉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구름을 밟고 기이한 향기를 풍기면서 하늘로부터 내려와 선인 종리권에게 봉래산 천지회 모임에 같이 가자고 초대한다.

종리권은 수련서인 현결(玄訣)을 남겨놓고, 자주색 구름을 타고 하늘 저 멀리로 사라졌다. 며칠이 지난 후 종리권이 동굴로 되돌아 왔을 때 여동빈은 스승이 남겨놓고 간 현결(玄訣)을 숙독해서 경지가 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스승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동안 청계선인 정사원과 태화선인 시호부가 선인 종리권을 만나러 왔다. 여동빈은 두 분의 선인에게 절을 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 당시 때는 바야흐로 봄이라 새들이 다투어 울고 시절이 호시절이라 선인 종리권은 흥에 겨워 시를 읊조렸다.

春氣塞空花露滴   춘기색공화로적
朝陽拍海岳雲歸   조양박해악운귀
봄기운이 공중에 가득하고 꽃에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데
아침 해가 바다에서 솟아오르니 산 구름이 흩어지더라

노인 : “ 이 시를 동굴 입구에 새겨 놓아라. 나는 하늘의 옥황상제를 배알하러 가려고 한다. 너는 이 동굴에서 오래 머물 필요는 없다. 십 년 후 동정호 악양루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말을 마치고 영보부법(靈寶符法)이라는 도가 비전의 수련서를 주고, 삼원삼보(三元三寶)에 관한 설법을 하였다. 설법을 마치자 두 명의 천사가 금첩(황금으로 만든 초대장)을 받들고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어서 하늘에서 봉황과 난새가 출현하고 선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인 종리권은 두 천사와 함께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져갔다.

스승 종리권이 떠난 후 여동빈은 동굴에서 몇 년을 머물렀다. 수련을 한 동굴이 거대한 암석 가운데 있어 여동빈은 동굴을 집으로 삼았다. 그래서 이름을 경(瓊)에서 암(岩)으로 고치고 자(字)를 동빈(洞賓: 동굴속의 손님)이라 하였다. 또 동빈은 이곳에서 도가의 진전(眞傳)을 모두 얻었고, 수도하여 몸속에 음의 기운(塵陰)을 모두 몰아내었으며, 순양(純陽: 순수한 양의 기운)만 몸에 남아 도호를 순양자(純陽子)라고 하였다.

종남산 학정봉 동굴을 나온 후 동빈은 누런 모자에 도사복장을 하고 호(號)를 회도인(回道人)이라 바꾸었다. 회(回)자는 크고 작은 두 개의 口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암암리에 여(呂)자로 姓이 여(呂씨, 여동빈)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때부터 동빈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천하를 노닐면서 사해를 집으로 삼았다. 스승 종리권과 만날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동빈은 동정호로 갔다. 악양루에 올라 10년만에 스승 종리권과 해후하였다. 종리권은 동빈을 데리고 자기의 스승 고죽진군(苦竹眞君)을 알현하였다. 고죽진군은 동빈에게 도가의 비전인 일월교병지법(日月交幷之法)을 전수하였다.

그 후 동빈은 스승과 사조와 헤어진 후 양자강 하류 지역에 있는 천하명산 여산(廬山)에 놀러갔다가 화룡진인(火龍眞人)을 만나 수련하게 되었다. 이 여산이야말로 일찍이 마조대사가 예언한 우여즉거(遇廬則居:여를 만나면 머문다)가 아닌가?

동빈은 여산에서 화룡진인에게서 천둔검법(天遁劍法)의 진수를 배웠다. 이때부터 동빈이 강호상에 노닐 때 항상 몸에 보검을 차고 다녔다. 선인 여동빈은 이 칼로 수많은 요마(妖魔)를 제거하고 허다한 공덕을 쌓았으므로 항상 등에 칼을 찬 모습으로 신선도(神仙圖)에 등장한다.

하루는 여동빈이 구름을 따라 노니면서 무창 황룡산으로 갔다. 멀리서 바라보니 산중 절위에 자주색 구름이 가득 덮여 있어 이인(異人)이 있음을 알고 문득 절 안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 이름을 떨치던 유명한 황룡선사가 마침 법당에서 설법을 시작하려는 중이었다.

여동빈도 설법을 듣기 위해 사람 무리들 속에 묻혀 함께 법당으로 들어갔다.

황룡선사 : “오늘 여기에 법을 훔치려는 사람이 있는데, 이 늙은 중은 설법을 하지 않겠다.”

여동빈은 곧 자기를 가리키는 것을 알고 군중 속에서 나와 예를 취하면서 말하였다.

여동빈 : “화상에게 묻겠습니다.

一粒粟中藏世界   일립속중장세계
半升金當內煮山川   반승당내자산천

한알의 조 알갱이 속에 세계가 감춰져 있고
반 되 들이 솥으로 산천을 삶는다는 이 한 마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황룡선사 : “하하하. 원래 당신은 시체 같은 죽지 않은 귀신이구나!”

여동빈 : “화상은 내가 늙어도 죽지 않는 것을 조롱하지 말라. 나의 호주머니 안에는 장생불사의 약이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는가?”

황룡선사 :  

饒究經得八萬劫   요니경득팔만겁
難免一朝落空亡   난면일조락공망

당신이 설사 팔만 겁을 지내왔더라도
하루아침에 공망에 떨어지는 것을 면할 수 없다.

여동빈은 황룡선사가 기지와 총명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황룡선사의 법력이 얼마나 고명한가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 등에 차고 있는 보검을 꺼내면서 말하였다.

여동빈 : “이 검은 내가 휴대하고 다니는 신령한 보검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능히 되는데 검을 칼집에서 나오라고 하면 곧 빠져 나오고, 칼집에 들어가라고 하면 곧 들어간다. 선사께서는 능히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황룡선사 : “(웃으며)비록 영물이지만 그것이 도력 있는 사람의 명령을 들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당신이 먼저 한번 시험해 보시오.”

여동빈은 보검한테 칼집에서 나오라고 외치자 그 검은 칼집에서 스스로 나와 은빛을 뿌리며 절 대웅전 기둥으로 날아가 검 끝이 똑바로 나무로 깎은 용의 눈에 박혔다.

황룡선사가 가볍게 웃으면서 오른손을 들어 올리면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기둥에 박힌 보검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황룡선사 : “내가 보건대 네가 이 검을 능히 칼집에서 끄집어낼 수는 있으나 다시 꼽을 수는 없다.”

여동빈 : “(큰소리로 웃으면서) 칼집으로 들어가라.”

그러나 보검은 기둥에 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검은 여동빈이 여산에서 검술을 배우고 하산한 후 줄곧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신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주인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여동빈이 그 황룡선사의 도와 법이 높고 깊음에 탄복하고 그 자리에서 절하여 사과하면서 불법을 가르쳐 줄 것을 청하였다. 황룡선사는 여동빈의 마음이 진심과 성의가 있음을 알아보았다.

황룡선사 : “당신은 이미 반 되들이 솥으로 산천을 삶고 또 어떻게 한 알의 조 알 속에 세계를 감출 수 있는가를 듣지 않았는가? 내가 말한다면, 그 뜻은 즉 먼저 마음속에 아무런 물건(욕심)이 없어야만 능히 삼라만상을 둘러싸 안을 수 있다.”

여동빈은 황룡선사의 깊은 뜻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오도송을 지었다.

棄却瓢囊擊碎琴  기각표낭격쇄금
從今不戀汞中金  종금불연홍중금
自從一見黃龍後  자종일견황룡후
始覺當年錯用心  시각당년착용심

하나있는 표주박 주머니도 버리고, 거문고도 깨뜨려 버렸다.
이제부터 불사약(금단)에 더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네
이제 황룡선사를 한번 만나본 후
비로소 그 당시 마음 잘못 쓴 것을 깨달았다네

여동빈은 낭랑히 오도송을 읊으면서 황룡선사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표연히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