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성
화(禍)와 복(福)은 수시로 바뀐다

글/서옥림(徐玉琳)

[SOH] 루이스는 나의 오랜 환자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기만 하면 한방치료부터 한다. 아울러 온 가족이 다 한의학을 신뢰하고 어디가 불편하기만 하면 일단 한약, 침, 뜸부터 생각한다. 오랫동안 이렇게 하자 나는 그녀의 생활과 각종 방면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하루 종일 장시간 일하는 관계로 아주 고생스럽다. 루이스는 아주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바쁘게 지낸다. 이렇게 한 결과 작은 집이 큰 집으로 바뀌고, 낡은 차가 새 차로 바뀌었으며, 조그마한 음식점이 큰 식당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줄곧 이런 아름다운 소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십수 년간 고생스런 날들을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형편이 좀 나아질 무렵이 되자 그녀의 나이는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고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풍파가 밀어닥쳐 소리소문 없이 잔혹한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췌장암에 걸렸는데 그것도 말기였다. 수술 후 의사는 그녀에게 당장 식당 문을 닫거나 팔라고 충고했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만에 식당 확장을 위해 부지를 찾고 대출을 알아보던 사람이 갑자기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하자, 부동산 중개인과 대출업자도 모두 정신이 멍해졌다.
  
그녀는 비참한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비록 남편이 그녀에 대한 연민 때문에 자신이 외도한 사실을 잠시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막 수술을 끝낸 그녀를 속일 순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의 외도는 설상가상이었다.
 
“선생님, 나는 지금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롭고 초라한 배처럼 느껴져요. 당장이라도 이 생명을 끊고 싶지만 또 생각해보면 좀 부질없는 것 같아요. 원래 그리 길지 않을 거라면 왜 하필 촛불이 다 타버린 마지막 찰나에 다시 바람을 불어넣을까요? 병원에서는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저는 마치 계속 벌을 받는 것처럼 느껴져요. 앞으로 남은 매 순간이 더 이상 편안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까지 듣고 나니 내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사이에 활짝 웃던 그녀의 얼굴이 이렇게 곤혹스런 표정으로 변한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루이스, 당신은 스스로 곧 세상을 떠날 거라고 믿나요?”
  
“아니요.”
 
“당신은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하고 더는 질병에 맞서고 싶지 않은가요?”
  
“아니요.”
 
“봄날 산등성이에 활짝 핀 작은 꽃송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작은 꽃송이 역시 엄동설한의 고통을 겪어낸 후 피어난 것이랍니다. 산골짜기의 작은 시냇물을 본 적이 있나요? 그 시냇물도 얼음과 눈 속에서 조금씩 녹아내려 이뤄진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곤경과 어려움에 처해 있고, 목숨이 위태로운 준엄한 고비에 처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당신에게 진정한 용기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사람의 가장 큰 성공은 식당을 크게 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 중에서 자신과 싸워 이기고 곤란에 맞서 진정으로 자신이 사람이 된 의미를 깨닫는 것이 아닐까요?”
나는 마치 자신에게 독백하듯이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선생님, 그럼 우리의 생명은 궁극적으로 대체 누가 통제하고 있을까요? 대체 누가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걸까요?” 루이스의 어두웠던 안색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고 눈빛 속에 한 가닥 희망이 드러났다.
  
“글쎄요, 과연 누굴까요? 그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 아닌가요? 당신의 생생세세, 당신의 업력의 보응, 당신의 인과순환 등은 정말이지 당신 자신의 것이랍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말을 꺼냈다.
  
“….”
 
침묵 속에서 루이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금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다시 새롭게 하기에는 이미 늦은 건 아닐까요? 이 병은 복(福)일까요, 아니면 화(禍)일까요? 어쩌면 제 생명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그녀는 마치 과거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떠나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면서 선인들의 말씀을 떠올렸다.
“화란 복이 의지하는 것이요, 복이란 화가 잠복된 것이다(禍兮福所倚,福兮禍所伏).”
사실 세상에 절대적인 화와 복이란 없으며 모두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당신 자신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다. 애석한 것은 사람은 종종 단지 눈앞의 작은 것만을 본다는 것이다.

[ 對중국 단파라디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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