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중국
'부부 사이의 비밀'


[시사중국] 부부 사이에 비밀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꺼림칙한 생각도 들지만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서로의 비밀을 지킨 경우도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 찾아낸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 * *

어느 날 갑자지 나는 직장을 잃었다. 차마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기 못하고 매일 출근하는 척했다. “오늘 내 부서에 온 새로운 주임은 상냥한 사람이야.”, “이번 아르바이트로 들어오는 여대생은 아주 예뻐” 등 가공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했다. 예쁜 여대생 이야기에 아내는 내 귀를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 조심해야겠네.”

아침 ‘출근’시간이 되면 여느 때처럼 아내는 내 와이셔츠 옷깃을 다리고 배웅해 준다. 건강한 모습으로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지만 3번째 역에서 내린다. 늘 가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퇴근’시간이 되면 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귀가했다.

5일 후, 나는 작은 시멘트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내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내에게는 비밀이다.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이는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공장 작업장 환경은 매우 나쁘고 분진 때문에 늘 목이 아프다. 또 언제나 땀투성이가 된 채로 일해야 했다.

하루 작업을 끝내면 샤워를 하고 다시 양복으로 갈아입고 귀가한다. “다녀왔어!” 가능한 건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집에 들어가면 여느 때처럼 아내가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식사 때 아내는 일을 묻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나는 “오늘도 좋았어!”라고 말하며 평소 만들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대신에 밥 위에 목이버섯을 듬뿍 얹어주었다.

“안 씻어요?” “아 벌써 씻었어. 회의 동료들과 사우나에 다녀왔지.” 식사가 끝나면 아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했다. 나는 내심 ‘좋아, 오늘도 눈치채지 못했군’하고 안심했다. 매일 익숙하지 않는 일에 매우 피곤했으므로 나는 기절하듯 깊은 잠에 들었다.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20일 때 되는 날, 첫 월급날이 됐다. 적은 월급를 알면 아마 아내에게 거짓말이 발각될 것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식사 뒤 아내는 갑자기,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면 어때요? 어느 회사에서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데 당신 조건에 딱 맞아요. 면접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라고 물었다. 나는 내심 기뻤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왜 일을 바꾸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한 번, 기분 전환하기 위해 직장을 바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거기는 급여도 좋은 것 같고...”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아내가 권한 회사를 찾아가 면접을 보았다. 나중에 다행이 채용 통지가 도착했다. 그날 밤 나는 진수성찬을 차리고 아내와 함께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처음부터 아내가 내 연극을 간파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의 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초조한 태도나 표정 때문에 눈치챘을까. 아니면 매일 지쳐 돌아와서 의심을 받았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을 무렵, 언제나 식탁에는 목이버섯이 있었다. 목이버섯은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내가 일했던 분진투성이 환경에 좋은 음식이었다. 아내는 이전에는 함께 연속극을 보자며 매일 비디오를 녹화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처음부터 내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내는 입을 다물고 나를 염려해 비밀을 지켜준 것이다. 자존심 강한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잃고 절망하자 아내는 단지 조용히 있는 것으로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것은 아내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나는 베란다에 기대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잠시 자신의 마음속을 응시했다. 아내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자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허민 sscn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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