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秋水


1.

秋水時至(추수시지) : 가을이 되면

百川灌河(백천관하) :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

涇流之大(경류지대) : 그 본 줄기는 커서

兩涘渚崖之間不辯牛馬(량사저애지간불변우마) : 양편 물가의 거리가 상대편에 있는 소나 말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다.

於是焉河伯欣然自喜(어시언하백흔연자희) : 그래서 황하의 신은 기뻐하며

以天下之美爲盡在己(이천하지미위진재기) : 천하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신에게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고,

順流而東行(순류이동행) :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가

至於北海(지어북해) : 북해에 도착했다.

東面而視(동면이시) : 그 곳에 이르러 동쪽을 바라보았으나

不見水端(불견수단) :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어시언하백시선기면목) : 황하의 신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望洋向若而歎曰(망양향약이탄왈) : 북해의 신을 우러러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속담에 이르기를

聞道百以爲莫己若者(문도백이위막기약자) : 백가지 도리를 알고는 자기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고 하였는데,

我之謂也(아지위야) :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且夫我嘗聞少仲尼之聞(차부아상문소중니지문) : 저는 일찍이 공자의 넓은 지식을 낮게 평가하고

而輕伯夷之義者(이경백이지의자) : 백이 같은 절의를 가볍게 여기는 이론을 듣고도

始吾弗信(시오불신) : 지금까지는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今我睹者之難窮也(금아도자지난궁야) : 지금에 와서 선생님의 끝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吾非至於子之門(오비지어자지문) : 제가 선생님의 문하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則殆矣(칙태의) :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吾長見笑於大方之家(오장견소어대방지가) : 저는 오랫동안 위대한 도를 터득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井䵷不可以語於海者(정와불가이어어해자) :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拘於虛也(구어허야) :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하충불가이어어빙자) : 여름 벌레에게 어름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篤於時也(독어시야) :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曲士不可以語於道者(곡사불가이어어도자) :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에 관해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束於敎也(속어교야) :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今爾出於崖涘(금이출어애사) : 지금 당신은 물가를 벗어나

觀於大海(관어대해) : 큰 바다를 보고서야

乃知爾醜(내지이추) : 당신의 추함을 알게 되었다.

爾將可與語大理矣(이장가여어대리의) : 그래서 당신에게 위대한 도리를 얘기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天下之水(천하지수) : 세상의 물 중에

莫大於海(막대어해) : 바다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萬川歸之(만천귀지) :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며,

不知何時止而不盈(불지하시지이불영) : 잠시도 흘러듦을 멈추지 않는 데도 차서 넘치지 않는다.

眉閭泄之(미려설지) : 미려에서는 바닷물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 나가지만

不知何時已而不虛(불지하시이이불허) : 물이 어느 때에 말라서 비어버리는지 모른다.

春秋不變(춘추불변) : 봄이나 가을에도 변화가 없고,

水旱不知(수한부지) : 장마가 지나 가뭄도 모른다.

此其過江河之流(차기과강하지류) : 이 바다가 장강이나 황하의 흐름보다

不可爲量數(불가위량수) :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는 수량으로 계측할 수 없다.

而吾未嘗以此自多者(이오미상이차자다자) : 그러나 나는 이런 것으로 스스로 많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自以比形於天地(자이비형어천지) :  그것은 내 모양은 천지에서 받았고

而受氣於陰陽(이수기어음양) : 그 기운은 음양에서 받았기 때문에

吾在天地之間(오재천지지간) :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

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유소석소목지재대산야) : 작은 나무나 작은 돌이 마치 큰산에 있는 것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方存乎見少(방존호견소) :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작게 보고 있는데

又奚以自多(우해이자다) : 또 어찌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計四海之在天地之間也(계사해지재천지지간야) : 사방의 바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크기를 헤아려보면,

不似礨空之在大澤乎(불사뢰공지재대택호) : 소라 구멍이 큰 연못가에 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計中國之在海內(계중국지재해내) : 한 나라가 세상에 차지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不似稊米之在大倉乎(불사제미지재대창호) : 큰 창고 속에 있는 곡식 알 하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號物之數謂之萬(호물지수위지만) : 물건의 종류에는 몇 만이라는 수가 붙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들이 그 중 하나의 수를 차지한다.

人卒九州(인졸구주) : 사람의 수에 있어서 구주에서 생각해보아도

穀食之所生(곡식지소생) : 세상의 곡식들이 생산되는 곳과

舟車之所通(주거지소통) :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에 널리 살고 있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이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此其比萬物也(차기비만물야) : 이런 사람을 만물과 비교해 본다면

不似豪末之在於馬體乎(불사호말지재어마체호) : 말의 몸에 있는 하나의 가는 털에 지나지 않는다.

五帝之所運(오제지소운) : 오제가 천자 자리를 서로 물려준 것이나,

三王之所爭(삼왕지소쟁) : 삼왕에 이르러 서로 다툰 것이나,

仁人之所憂(인인지소우) : 어진 사람이 근심하는 것이나,

任士之所勞(임사지소로) :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수고를 하는 것이나

盡此矣(진차의) : 모두가 이와 같이 작은 일이다.

伯夷辭之以爲名(백이사지이위명) : 백이는 왕위를 사양함으로써 명성을 얻었고,

仲尼語之以爲博(중니어지이위박) : 공자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얘기하여 박학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此其自多也(차기자다야) : 이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不似爾向之自多於水乎(불사이향지자다어수호) : 당신이 조금 전까지 스스로 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여기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吾大天地而小毫末(연칙오대천지이소호말) :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可乎(가호) : 할 수도 있습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否夫物(부부물) : “아니다. 물건이란 

量無窮(량무궁) :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時無止(시무지) :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分無常(분무상) :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終始無故(종시무고)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

是故大知觀於遠近(시고대지관어원근) :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故小而不寡(고소이불과) :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大而不多(대이불다) :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知量無窮(지량무궁) : 물건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證曏今故(증향금고) : 또한 시간의 옛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故遙而不悶(고요이불민) : 그러므로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고,

掇而不跂(철이불기) :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知時無止(지시무지) :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察乎盈虛(찰호영허) : 그는 모든 것은 달처럼 찼다 기울었다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故得而不喜(고득이불희) : 그러므로 물건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失而不憂(실이불우) : 물건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知分之無常也(지분지무상야) : 사람의 분수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明乎坦塗(명호탄도) : 그는 도란 넓은 것임을 분명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

故生而不說(고생이불설) : 그러므로 산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死而不禍(사이불화) : 죽는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知終始之不可故也(지종시지불가고야)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計人之所知(계인지소지) :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헤아려 보면,

不若其所不知(불약기소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비길 것이 못 된다.

其生之時(기생지시) :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란

不若未生之時(불약미생지시) : 살아 있지 못한 시간에 비길 것이 못 된다.

以其至小求窮其至大之域(이기지소구궁기지대지역) : 그런 지극히 작은 입장에서 지극히 큰 영역을 추궁하려 들기 때문에

是故迷亂而不能自得也(시고미란이불능자득야) : 미혹되고 혼란하여 스스로 안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본다면

又何以知毫末之足以定至細之倪(우하이지호말지족이정지세지예) : 털끝이 지극히 미세하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又何以知天地之足以窮至大之域(우하이지천지지족이궁지대지역) :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영역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世之議者皆曰(세지의자개왈) : “세상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至精無形(지정무형) : ‘지극히 정세한 것에는 형체가 없고,

至大不可圍(지대불가위) : 지극히 큰 것은 포괄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是信情乎(시신정호) : 이것이 사실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夫自細視大者不盡(부자세시대자불진) :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면 그 전체를 다 볼 수가 없고,

自大視細者不明(자대시세자불명) :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면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故異便(고이편) : 그러므로 그기에는 잘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此勢之有也(차세지유야) : 그것은 마땅이 그러함이 있을 것이다

夫情小之微也(부정소지미야) : 정세하다는 것은 작은 것 중에서도 미세하다는 뜻이다.

垺大之殷也(부대지은야) : 극대하다는 것은 큰 것 중에서도 아주 크다는 뜻이다.

夫精粗者(부정조자) : 정세하다느니 굵다느니 하는 것은

期於有形者也(기어유형자야) : 형체가 있어서 결정되는 것이다.

無形者(무형자) : 형체가 없는 것은

數之所不能分也(수지소불능분야) : 수량으로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不可圍者(불가위자) : 포괄할 수 없이 큰 것은

數之所不能窮也(수지소불능궁야) : 숫자로서 크기를 따져 밝힐 수 없는 것이다.

可以言論者(가이언론자) : 말로써 논할 수 있는 것이란

物之粗也(물지조야) : 물건으로서 큰 것이다.

可以意致者(가이의치자) : 뜻으로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物之精也(물지정야) : 물건으로서 정세한 것이다.

言之所不能論(언지소불능론) : 말로써 논할 수 없고,

意之所不能致者(의지소불능치자) : 뜻으로서 살펴 인지할 수 없는 것은

不期精粗焉(불기정조언) : 정세하고 크다는 것을 결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是故大人之行(시고대인지행) : 그러므로 위대한 사람의 행동은

不出乎害人(불출호해인) :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서 나오고

不多仁恩(불다인은) : 어짊과 은혜를 많이 베풀려 하지도 않는다.

動不爲利(동불위리) : 행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없지만

不賤門隸(불천문예) : 문지기나 노예를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貨財弗爭(화재불쟁) : 재물을 위해 다투지 않지만

不多辭讓(부다사양) : 사양하는 것을 훌륭한 것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事焉不借人(사언불차인) : 일을 함에 있어 남의 힘을 빌리지도 않지만

不多食乎力(불다식호력)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으며,

不賤貧汚(불천빈오) : 탐욕 많은 자나 비열한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行殊乎俗(행수호속) : 행동은 세속과 다르지만

不多僻異(불다벽이) : 치우치고 기이한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爲在從衆(위재종중) : 행동은 여러 사람을 따르지만

不賤佞諂(불천녕첨) :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世之爵祿不足以爲勸(세지작록불족이위권) : 세상의 벼슬이나 봉록으로도 그의 행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고,

戮恥不足以爲辱(륙치부족이위욕) : 형벌이나 치욕으로도 그를 욕되게 하기는 부족하다.

知是非之不可爲分(지시비지불가위분) : 그는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細大之不可爲倪(세대지불가위예) : 작고 큰 것도 분별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聞曰(문왈) : 듣건대

道人不聞(도인불문)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至德不得(지덕부득)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며,

大人無己(대인무기) : 위대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없다고 하였는데,

約分之至也(약분지지야) : 자기의 분수를 한정하고 지내는 지극한 경지인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若物之外(약물지외) : “물건의 외형이나

約物之內(약물지내) : 내면에 있어서

惡至而倪貴賤(악지이예귀천) :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분이 생기며,

惡至而倪小大(악지이예소대) :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物無貴賤(물무귀천) : 물건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以物觀之(이물관지) : 물건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自貴而相賤(자귀이상천) :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以俗觀之(이속관지) :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貴賤不在己(귀천불재기) :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以差觀之(이차관지) :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大而大之(인기소대이대지) :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장에서 말하면

則萬物莫不大(칙만물막불대) :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因其所小而小之(인기소소이소지) :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장에서 보면

則萬物莫不小(칙만물막불소) :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天地之爲稊米也(지천지지위제미야) :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知毫末之爲丘山也(지호말지위구산야) :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則差數覩矣(칙차수도의) : 그렇게 차이와 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以功觀之(이공관지) : 공용(功用)의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有而有之(인기소유이유지) : 그 공용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有(칙만물막불유) : 만물에는 쓸데 없는 것이란 없게 되며,

因其所無而無之(인기소무이무지) : 그 공용을 없다고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無(칙만물막불무) : 만물 중에 쓸데 있는 것이란 없게 된다.

知東西之相反而不可以相無(지동서지상반이불가이상무) : 동쪽과 서쪽은 서로 반대가 되면서도 서로 어느 한편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안다면,

則功分定矣(칙공분정의) : 곧 공용의 규정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 것이다.

以趣觀之(이취관지) : 취향이란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然而然之(인기소연이연지) : 그것이 그러함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然(칙만물막불연) : 만물에는 옳지 않은 것이란 없게 된다.

因其所非而非之(인기소비이비지) : 그것이 그름을 비난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非(칙만물막불비) : 만물에는 그릇되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堯桀之自然而相非(지요걸지자연이상비) : 요임금이나 걸왕이 모두 스스로는 시인하면서도 남이 비난하였다는 것을 안다면

則趣操覩矣(칙취조도의) : 취향이란 것도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昔者堯舜讓而帝(석자요순양이제) : 옛날에 요와 순은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제업을 이루었고,

之괘噲讓而絶(지괘쾌양이절) : 연나라 임금 증은 재상의 아들 지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으나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湯武爭而王(탕무쟁이왕) : 은나라 탕왕이나 주나라 무왕은 다툼을 통해 왕이 되었으나,

白工爭而滅(백공쟁이멸) : 초나라 백공은 다툼으로 멸망했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로 볼 때

爭讓之禮(쟁양지례) : 이처럼 다투고 사양하는 예절이나,

堯桀之行(요걸지행) : 요임금과 걸왕 같은 행동은

貴賤有時(귀천유시) : 때에 따라 귀하게도 되고 천하게도 되는 것이어서

未可以爲常也(미가이위상야) : 일정한 표준에 의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梁麗可以衝城(량려가이충성) : 들보나 기둥같이 큰 재목은 성벽을 무너뜨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而不可以窒穴(이불가이질혈) : 작은 구멍을 막는 데는 소용이 없다.

言殊器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기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騏驥驊騮(기기화류) : 천리마는

一日而馳千里(일일이치천리) :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지만

捕鼠不如狸狌(포서불여리성) : 쥐를 잡는 데는 삵쾡이만 못하다.

言殊技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재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鴟鵂夜撮蚤(치휴야촬조) : 올빼미는 밤에도 벼룩을 잡고

察毫末(찰호말) : 터럭 끝도 볼 수 있지만

晝出瞋目而不見丘山(주출진목이불견구산) : 낮에 나와서는 눈을 뜨고도 큰산도 보지 못한다.

言殊性也(언수성야) : 말하자면 그것은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蓋師是而無非(개사시이무비) : 어찌 옳다는 것을 존중하고 그르다는 것은 무시하며,

師治而無亂乎(사치이무란호) : 다스림은 존중하고 혼란은 무시하는가?

是未明天地之理(시미명천지지리) : 그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와

萬物之情者也(만물지정자야) : 만물의 진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是猶師天而無地(시유사천이무지) : 그것은 마치 하늘은 존중하면서 땅은 무시하고,

師陰而無陽(사음이무양) : 음은 존중하면서 양은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其不可行明矣(기불가행명의) : 그것이 통용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然且語而不舍(연차어이불사) : 그런데도 그런 주장을 버리지 않고 내세우는 자들은

非愚則誣也(비우칙무야) :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帝王殊禪(제왕수선) : 옛날 제왕들을 보면 물려주는 방법이 서로 달랐고,

三代殊繼(삼대수계) : 하·은·주 3대의 왕위 계승 방법도 각기 달랐다.

差其時(차기시) : 그 시대와 어긋나게 하고,

逆其俗者(역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거스르는 자를 두고

謂之簒夫(위지찬부) : 그를 찬탈자라 부르며,

當其時(당기시) : 그 시대에 합당하게 하고

順其俗者(순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따르는 사람을 두고

謂之義之徒(위지의지도) : 의로운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黙黙乎河伯(묵묵호하백) : 황하의 신은 말이 없으니

女惡知貴賤之門(여악지귀천지문) : 네가 어찌 귀천의 문과

小大之家(소대지가) : 대소의 집을 알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我何爲乎(연칙아하위호) :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吾辭受趣舍(오사수취사) : 제가 사양하거나 나가거나 멈추는데 있어서

吾終奈何(오종내하) :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何貴何賤(하귀하천) :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겠는가?

是謂反衍(시위반연) : 이런 경지를 혼돈하게 통일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無拘而志(무구이지) :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與道大蹇(여도대건) :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何少何多(하소하다)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엇을 많다 하겠는가?

是謂謝施(시위사시) :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라 말하는 것이다.

無一而行(무일이행) : 한편에만 치우치는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

與道參差(여도참차) : 그러면 도에 어긋나게 된다.

嚴嚴乎若國之有君(엄엄호약국지유군) :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과 같아서

其無私德(기무사덕) :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繇繇乎若祭之有社(요요호약제지유사) :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땅의 신과 같아서

其無私福(기무사복) : 사사로이 복을 내려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泛泛乎其若砂防之無窮(범범호기약사방지무궁) : 대범하기가 사방이 끝없는 것과 같아서

其無所畛域(기무소진역) : 아무런 한계도 없어야 한다.

兼懷萬物(겸회만물) : 만물을 다 같아 아울러 감싸서

其孰承翼(기숙승익) : 그 어떤 사람만을 아껴주거나 도와 주는 일이 없으면

是謂無方(시위무방) : 이것을 두고 일정한 넓이가 없는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萬物一齊(만물일제) :
만물은 한결같이 평등한 것이니,

孰短孰長(숙단숙장) : 어느 것이 못하고 어느 것이 더 나은가?

道無終始(도무종시) : 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만

物有死生(물유사생) : 물건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不恃其成(불시기성) : 그래서 물건의 공용이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一虛一盈(일허일영) : 어떤 때는 비어 있다가도 어떤 때는 차게 마련이어서

不位乎其形(불위호기형) : 그 형세에는 일정한 위치가 없다.

年不可擧(년불가거) : 늙어 가는 나이는 막을 수가 없고,

時不可止(시불가지) : 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消息盈虛(소식영허) : 생성소멸과 찼다가 비는 일을 반복하여

終則有始(종칙유시) : 그치면 또 시작을 한다.

是所以語大義之方(시소이어대의지방) : 이것이야말로 내가 위대한 도의 뜻을

論萬物之理也(론만물지리야) : 얘기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인 것이다.

物之生也(물지생야) : 물건의 생성은

若驟若馳(약취약치) : 말이 뛰거나 달리는 것처럼 변화한다.

無動而不變(무동이불변) :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없고,

無時而不移(무시이불이) : 잠시도 바뀌지 않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

何爲乎(하위호) : 그런데 무엇을 하겠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못하는가?

夫固將自化(부고장자화) : 그대로 스스로 변화하게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何貴於道邪(연칙하귀어도사) : “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知道者必達於理(지도자필달어리) :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達於理者必明於權(달어리자필명어권) : 이에 통달한 사람은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明於權者不以物害己(명어권자불이물해기) :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至德者(지덕자)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火弗能熱(화불능열) :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水弗能溺(수불능익) :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寒暑弗能害(한서불능해) :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禽獸不能賊(금수불능적) :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다.

非謂其薄之也(비위기박지야) :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言察乎安危(언찰호안위) :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寧於禍福(녕어화복) :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謹於去就(근어거취) :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莫之能害也(막지능해야) :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天在內(천재내) :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人在外(인재외) : 인위적인 것은 밖으로 내보내어,

德在乎天(덕재호천) : 그의 덕이 자연에 있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知乎人之行(지호인지행) : 자연과 사람의 행위에 대해 알고

本乎天(본호천) : 자연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位乎得(위호득) : 그의 올바른 위치를 얻게 될 것이다.

蹢躅而屈伸(척촉이굴신) : 그러면 나아가고 물러나고 굽히고 뻗치고 자유자재로 되며,

反要而語極(반요이어극) : 도로 되돌아가 진리의 극치를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물었다.

何謂天(하위천) : “무엇을 자연이라 하고,

何謂人(하위인) : 무엇을 인위라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牛馬四足(우마사족) : “소나 말이 네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을

是謂天(시위천) : 자연이라 말하고,

落馬首(락마수) : 말의 머리에 고삐를 매거나

穿牛鼻(천우비) : 소의 코를 뚫는 것을

是謂人(시위인) : 인위라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以人滅天(무이인멸천) : 인위로써 자연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故滅命(무이고멸명) : 지혜로 천명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得殉名(무이득순명) : 자기의 덕을 명성을 위해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謹守而勿失(근수이물실) : 자연을 지켜 잃지 않는 것을

是謂反其眞(시위반기진) : 그의 진실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2.

夔憐蚿(기련현) :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는 발이 많은 지네를 부러워하고,

蚿憐蛇(현련사) : 지네는 발 없이도 움직이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사련풍) : 뱀은 의지하는 데 없이 움직이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風憐目(풍련목) : 바람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는 눈(目)을 부러워하고,

目憐心(목련심) : 눈은 가지 않고도 아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夔謂蚿曰(기위현왈) : 기가 지네에게 말했다.

吾以一足趻踔而行(오이일족참탁이행) : “나는 한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지만

予無如矣(여무여의) : 그대는 뜻대로 가지지 않습니다.

今子之使萬足(금자지사만족) : 이제 그대는 수많은 발을 쓰니

獨奈何(독내하) : 얼마나 편하십니까?”

蚿曰(현왈) : 지네가 대답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子不見夫唾者乎(자불견부타자호) : 당신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噴則大者如珠(분칙대자여주) :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 같고

小者如霧(소자여무) : 작은 것은 안개 같은데,

雜而下者不可勝數也(잡이하자불가승수야) : 크고 작은 것이 섞여 떨어지는 그 수는 이루 다 알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今予動吾天機(금여동오천기) : 지금 나는 그처럼 나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사용할 따름이어서

而不知其所以然(이불지기소이연) : 그렇게 편리한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

蚿謂蛇曰(현위사왈) : 지네가 뱀에게 물었다.

吾以衆足行(오이중족행) : “저는 많은 발로 다니고 있지만

而不及子之無足(이불급자지무족) :  선생의 발 없는 것만 못하니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蛇曰(사왈) : 뱀이 대답했다.

夫天機之所動(부천기지소동) : “자연스러운 기능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을

何可易邪(하가역사) :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吾安用足哉(오안용족재) : 내 어찌 발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蛇謂風曰(사위풍왈) : 뱀이 바람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予動吾脊脅而行(여동오척협이행) : 저는 저의 척추와 갈비뼈를 움직여 다니고 있으니

則有似也(칙유사야) : “의지하는 곳이 있는 셈입니다.

今子蓬蓬然起於北海(금자봉봉연기어북해) : 선생께서는 북해에서 일어나

蓬蓬然入於南海(봉봉연입어남해) : 남해로 불어 들어가는데도

而似無有下野(이사무유하야) : 의지하는 곳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風曰然(풍왈연) : 바람이 대답했다.“그렇습니다.

予蓬蓬然起於北海(여봉봉연기어북해) : 나는 북해에서 일어나

而入於南海也(이입어남해야) : 남해로 불어 들어갑니다.

然而指我則勝我(연이지아칙승아) : 그러나 손가락도 나를 이기고,

鰌我亦勝我(추아역승아) : 발길질도 나를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夫折大木(부절대목) : 큰 나무를 꺾고

蜚大屋者(비대옥자) : 큰 지붕을 날려 보내는 것이 또

唯我能也(유아능야) : 한 나의 능력입니다.

故以衆小不勝爲大勝也(고이중소불승위대승야) : 작은 것은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큰 것은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爲大勝者(위대승자) : 완전히 크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唯聖人能之(유성인능지) :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3.

孔子遊於匡(공자유어광) : 공자가 광이라는 곳에 갔을 때

衛人圍之數帀(위인위지수잡) : 송나라 사람들이 그를 몇 겹으로 포위하고 해치려 하였으나

而絃歌不惙(이현가불철) : 공자는 쉬지 않고 금을 타며 노래를 했다.

子路入見曰(자로입견왈) : 자로가 들어와서 공자에게 물었다.

何夫子之娛也(하부자지오야)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즐거우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曰來(공자왈래) : 공자가 이르기를 “와서

吾語女(오어여) :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我諱窮久矣(아휘궁구의) : 내가 이제껏 곤궁한 것을 싫어한지 오래 되었지만

而不免(이불면) : 그것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命也(명야) : 운명일 것이다.

求通久矣(구통구의) : 나의 뜻대로 되기를 바란지 오래 되었지만

而不得(이부득) : 그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時也(시야) : 시세(時勢)일 것이다.

當堯舜之時而天下無窮人(당요순지시이천하무궁인) :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는데,

非知得也(비지득야) :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當桀紂之時而天下無通人(당걸주지시이천하무통인) : 걸왕과 주왕 시대에는 천하에 뜻대로 사는 사람이란 없었는데,

非知失也(비지실야) :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時勢適然(시세적연) : 시세가 마침 그랬던 것이다.

夫水行不避蛟龍者(부수행불피교룡자) : 물 속을 다니면서도 교룡이나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漁父之勇也(어부지용야) : 어부들의 용기이다.

陸行不避兕虎者(육행불피시호자) : 육지를 다니면서도 외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獵夫之勇也(렵부지용야) : 사냥꾼들의 용기이다.

白刃交於前(백인교어전) : 시퍼런 칼날이 눈앞에 맞부딪치고 있어도

視死若生者(시사약생자) : 죽음을 삶과 같이 여기는 것은

烈士之勇也(렬사지용야) : 열사들이 용기이다.

知窮之有命(지궁지유명) : 자기가 곤궁하여진 것은 운명임을 알고,

知通之有時(지통지유시) : 뜻대로 되자면 시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臨大難而不懼者(림대난이불구자) : 큰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聖人之勇也(성인지용야) : 성인의 용기이다.

由處矣(유처의) : 자로야! 자리에 편히 앉거라.

吾命有所制矣(오명유소제의) : 나는 운명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無幾何(무기하) : 얼마 되지 않아

將甲者進(장갑자진) : 무장한 군사를 이끄는 장수가 들어와

辭曰(사왈) : 사과하기를

以爲陽虎也(이위양호야) : “저희들은 선생님이 양호인 줄 알고

故圍之(고위지) : 그래서 포위했었습니다.

今非也(금비야) : 이제 양호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請辭而退(청사이퇴) : 사과를 드리고 물러나려고 왔습니다.”


4.

公孫龍問於魏牟曰(공손룡문어위모왈) : 공손룡이 위모에게 물었다.

龍少學先王之道(룡소학선왕지도) : “저는 어려서부터 옛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長而明仁義之行(장이명인의지행) : 자라서는 어짊과 의로움으로 행동을 했습니다.

合同異(합동이) : 같고 다른 것들을 하나로 합하여 논하였고,

離堅白然不然(리견백연불연) : 같은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다는 개념을 둘로 분리시켰습니다.

可不可(가불가)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 하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했습니다.

困百家之知(곤백가지지) : 여러 학자들의 지혜를 곤경으로 몰아 넣었고,

窮衆口之辯(궁중구지변) : 여러 사람들의 언변을 궁지로 몰았습니다.

吾自以爲至達已(오자이위지달이) : 저는 스스로를 지극히 통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今吾聞莊子之言(금오문장자지언) : 그러나 장자의 말을 듣고 나서는

汒焉異之(망언이지) : 멍하니 정신이 없고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不知論之不及與(불지론지불급여) : 저의 이론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知之弗若與(지지불약여) : 저의 지혜가 그만 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今吾無所開吾喙(금오무소개오훼) : 저는 지금 입을 열 수가 없습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 감히 묻건데 그의 도는 어떤 것입니까?”

公子牟隱机大息(공자모은궤대식) : 공자 모가 책상에 기대어 크게 한숨을 짓고

仰天而笑曰(앙천이소왈) :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말했다.

子獨不聞夫?之䵷乎(자독불문부?지와호) : “당신은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謂東海之鱉曰(위동해지별왈) : 개구리가 어느 날 동해의 거북에게 말했습니다.

吾樂與(오락여) : 나는 참 즐겁다.

出跳梁乎井幹之上(출도량호정간지상) : 우물가 위로 뛰어올라가 놀기도 하고,

入休乎缺甃之崖(입휴호결추지애) : ‘깨어진 벽 틈으로 들어가 쉬기도 한다.

赴水則接腋持頤(부수칙접액지이) : 물로 들어가서는 양편 겨드랑이를 수면에 대고 턱을 물 위에 받치며,

蹶泥則沒足滅跗(궐니칙몰족멸부) : 진흙을 발로 차면 발등까지 밖에 빠지지 않는다.

還視虷蟹與科斗(환시간해여과두) : 장구벌레나 게나 올챙이를 둘러봐도

莫吾能若也(막오능약야) : 나만한 것이 없다.

且夫擅一壑之水(차부천일학지수) : 거기에다 한 우물을 독점하고서

而跨跱埳井之樂(이과치감정지락) : 무너진 우물을 지배하는 즐거움 .

此亦至矣(차역지의) : 또한 최고이다

夫子奚不時來入觀乎(부자해불시래입관호) : 당신도 한 번 들어와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東海之鱉左足未入(동해지별좌족미입) : 그래서 동해의 거북이 들어가 보려고 왼발을 넣기도 전에

而右膝已縶矣(이우슬이집의) : 오른편 무릎이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於是逡巡而却(어시준순이각) : 그래서 어정어정 기어나와

告之海曰(고지해왈) : 개구리에게 바다 얘기를 했습니다.

夫千里之遠(부천리지원) : 천리의 먼 거리로도

不足以擧其大(불족이거기대) : 바다를 크기를 표현하기에 부족하고,

千仞之高(천인지고) : 천 길의 높이로도

不足以極其深(부족이극기심) : ‘바다의 깊이를 형용하기에 부족하다.

禹之時十年九潦(우지시십년구료) : 우 임금 때 십 년 동안에 아홉 번이나 큰 장마가 졌지만

而水弗爲加益(이수불위가익) : 바다의 물은 불어나지 않았고,

湯之時八年七旱(탕지시팔년칠한) : 탕 임금 때 팔 년 동안에 일곱 번이나 가뭄이 들었지만

而崖不爲加損(이애불위가손) : 바다의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夫不爲頃久推移(부불위경구추이) : 시간이 짧고 긴 것에 따라 변화하는 법이 없으며,

不以多少進退者(불이다소진퇴자) : 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줄고 늘지 않는 것이

此亦東海之大樂也(차역동해지대락야) : 바다의 큰 즐거움이다.’

於是(어시) : 이에

?之䵷聞之(?지와문지) : 우물안 개구리는 그 얘기를 듣고

適適然驚(적적연경) : 소스라치게 놀라서

規規然自失也(규규연자실야) : 멍하니 정신을 잃어 버렸다 합니다.”

且夫知不知是非之竟(차부지부지시비지경) : 위모가 말을 이었다.“당신의 지혜란 옳고 그름의 한계조차 모를 정도인데

而猶欲觀於莊子之言(이유욕관어장자지언) : 장자의 말을 이해하려 하고 있으니,

是猶使蚊虻負山(시유사문맹부산) : 그것은 마치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게 하고,

商蚷馳河也(상거치하야) : 노래기에게 황하를 건너게 하는 것과 같아서

必不勝任矣(필불승임의) :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且夫知不知論極妙之言(차부지부지론극묘지언) : 또한 지혜가 오묘한 말을 논할 정도가 못 되면서도

而自適一時之利者(이자적일시지리자) : 스스로 일시적인 궤변에 의한 이익이나 추구하는 것은

是非埳井之䵷與(시비감정지와여) :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지 않습니까?

且彼方跐黃泉而登大皇(차피방차황천이등대황) : 장자는 황천을 내리 밟고 하늘로 올라가

無南無北(무남무북) :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이

奭然四解(석연사해) : 질펀히 사방으로 퍼져서

淪於不測(륜어불측) :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달하여 있고,

無東無西(무동무서) :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이

始於玄冥(시어현명) : 아득한 우주의 근본에서 시작하여

反於大通(반어대통) : 위대한 도로 되돌아와 있습니다.

子乃規規然而求之以察(자내규규연이구지이찰) : 그런데도 당신은 멍청히 관찰로 이해하고

索之以辯(색지이변) : 변론으로 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是直用管窺天(시직용관규천) : 이것이야말로 가는 대롱으로 하늘을 내다보고,

用錐指地也(용추지지야) : 송곳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으니

不亦小乎(불역소호) : 이 얼마나 작은 소견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자네는 그만 돌아가라

且子獨不聞夫壽陵餘子之學行於邯鄲與(차자독불문부수릉여자지학행어감단여) : 또 당신은 수릉의 젊은이가 한단으로 가서 걸음걸이를 배웠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未得國能(미득국능) :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기도 전에

又失其故行矣(우실기고행의) : 옛날의 걸음걸이마져 잊어버렸습니다.

直匍匐而歸耳(직포복이귀이) : 그래서 그는 기어서 돌아왔다 합니다.

今子不去(금자불거) : 지금 당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將忘子之故(장망자지고) : 당신의 옛 마음마저 잊을 것이고,

失子之業(실자지업) : 당신의 옛 직업도 잃을 것입니다.”

公孫龍口呿而不合(공손룡구거이불합) : 공손룡은 이 말을 듣자 입은 열린 채 닫혀지지 않았고,

舌擧而不下(설거이불하) : 혀는 말려 올라간 채 내려오지 않았다.

乃逸而走(내일이주) : 그래서 몸을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5.

莊子釣於濮水(장자조어복수) : 장자가 복수 근처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楚王使大夫二人往先焉(초왕사대부이인왕선언) :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사람을 그에게 보내 자신의 뜻을 전하게 했다.

曰願以境內累矣(왈원이경내루의) : 이르기를, “번거롭겠지만 나라의 정치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莊子持竿不顧(장자지간불고) : 장자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돌아보지도 않고

曰吾聞楚有神龜(왈오문초유신구) :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는데

死已三千歲矣(사이삼천세의) : “죽은 지 이미 삼천 년이나 되었다 합니다.

王以巾笥而藏之廟堂之上(왕이건사이장지묘당지상) : 임금은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어 묘당 위에 그것을 보관한다 합니다.

此龜者(차구자) : 그 거북의 입장이라면,

寧其死爲留骨而貴乎(녕기사위류골이귀호) : 죽어서 뼈만 남아 존귀하게 되고 싶겠습니까,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녕기생이예미어도중호) :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겠습니까?”

二大夫曰(이대부왈) : 두 대부가 대답했다.

寧生而曳尾塗中(녕생이예미도중) :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려 하겠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往矣(왕의) : “그러면 돌아가시오.

吾將曳尾於塗中(오장예미어도중) : 나는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려고 합니다.”


6.

惠子相梁(혜자상량) :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莊子往見之(장자왕견지) :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갔다.

或謂惠子曰(혹위혜자왈) :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이르기를

莊子來(장자래) : “장자가 오는 것은

欲代子相(욕대자상) : 선생님 대신 이 나라 재상이 되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於是惠子恐(어시혜자공) : 이에 혜자는 놀라

搜於國中三日三夜(수어국중삼일삼야) : 사람들을 시켜 사흘 낮 사흘 밤을 두고 장자의 행방을 찾게 했다.

莊子往見之曰(장자왕견지왈) : 그 뒤에 장자가 찾아와 만나서 이르기를

南方有鳥(남방유조) : “남방에 새가 있는데

其名爲鵷鶵(기명위원추) : 그 이름을 원추라 부른다.

子知之乎(자지지호) : 당신도 그 새를 알고 있는가?

夫鵷鶵(부원추) : 원추라는 새는

發於南海而飛於北海(발어남해이비어북해) :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非梧桐不止(비오동부지) :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非練實不食(비련실불식) :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非醴泉不飮(비예천불음) :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於是鴟得腐鼠(어시치득부서) : 그런데 솔개가 썩은 쥐를 갖고 있다가,

鵷鶵過之(원추과지) : 원추가 날아오자

仰而視之曰嚇(앙이시지왈혁) : 자기 것을 빼앗을까봐 깩 소리를 내며 놀랐다고 한다.

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금자욕이자지량국이혁아사) : 지금 당신은 양나라 때문에 나를 보고 깩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장자여혜자유어호량지상) : 장자가 혜자와 더불어 호수가 둑을 거닐고 있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儵魚出遊從容(숙어출유종용) :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是魚之樂也(시어지락야) : 물고기는 즐거울 거야.”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子非魚(자비어) :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安知魚之樂(안지어지락) :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아는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子非我(자비아) : “자네는 내가 아닌데

安知我不知魚之樂(안지아부지어지락) :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가?”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我非子(아비자) : “나는 자네가 아니라서

固不知子矣(고부지자의) : 본시 자네를 알지 못하네.

子固非魚也(자고비어야) : 자네도 본시 물고기가 아니니

子之不知魚之樂(자지부지어지락) :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全矣(전의) : 틀림없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請循其本(청순기본) : “얘기를 그 근본으로 되돌려 보세.

子曰(자왈) : 자네가 이르기를

汝安知魚樂(여안지어락) :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고

云者(운자) : 물었던 것은,

旣已知吾知之而問我(기이지오지지이문아) :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인데,

我知之濠上也(아지지호상야) : 나는 호수 위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