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의식(衣食)이 넉넉해야 비로소 영예와 치욕을 가릴 줄 안다는 뜻으로, 곧 기본적으로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되어야 예의염치도 차릴 줄 알게 되며,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도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관자(管子) ‘목민(牧民)’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管仲: 이름은 夷吾)은 환공(桓公)을 도와 패자(覇者)가 되게 한 인물입니다.
그는 제나라의 재상이 된 후 재화를 유통시키고 자원을 증산시켜 백성의 의식주를 풍족하게 하였으며, 그 위에 법도를 세우고 교화(敎化)를 베푸는 부국강병책(富國强兵策)을 시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나라는 크게 강해져 제후들을 규합하고 이적(夷狄)을 몰아내었으며 주(周)왕실을 높여 문물을 보전하였습니다.
공자도 그러한 업적을 인정하여 ‘관중이 없었다면 나는 머리를 풀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몄을 것이다(오랑캐의 풍습에 따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논어>)’라고 말했습니다.
관중이 주장하는 사상은 이른바 ‘법가사상(法家思想)’으로 일컬어지는데, 그가 주도하는 이 법가사상의 주된 내용은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교화하며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이루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의 도덕의 근본은 예의염치(禮意廉恥)에 있으며, 이것이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예의염치를 바르게 펴기 위해서는 법령을 분명히 하고 상벌을 소상히 밝히는 ‘법치(法治)’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와 그의 학파의 주장은 <관자>라는 책 속에 서술되어 있습니다.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는 이 말도 그 속의 한 구절에서 나온 것입니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게 되고, 의식이 넉넉해야 비로소 영욕을 알게 된다(倉庫實則知禮節 衣食足則知榮辱).’
모든 정치적 기반을 경제에 둔 관중은 이론가로서 또 실제 정치인으로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 배가 고프면 남의 배고픈 것을 동정할 여지가 없고,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명예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길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맹자도 ‘떳떳한 생활이 없으면 떳떳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無恒産無恒心)’고 했습니다.
먹고 입는 것이 넉넉해야 예의니 체면이니 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는 이 말은 참으로 예나 지금이나 불변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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