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성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좋은 기회를 놓치다

[SOH] 맹(孟) 통판(通判, 관직명), 원적은 밀주(密州), 군(郡)에 나아가 정치를 감독했다. 임기가 만료되어 고향에 돌아왔으며 평소 신선, 장생의 일을 흠모했다.

어느날, 한 도사가 그를 만났다. 도사는 낡은 도포를 입어 행색이 매우 남루했으며 또한 전신에 옴이 올라 나병환자 같아 보기 흉했다. 도사는 맹에게 “풍문에 공이 도를 찾는다하여 특별히 공을 보러 왔소. 나는 막 청주(青州)에서 어떤 사람이 ‘도인경(度人經)’을 발간해 보시하는 것을 보았소. 내가 한 축(軸)을 받았는데 공이 이 문서를 기억할 수 있는지 모르겠소?” 라고 말했다. 맹이 문서를 받아 보니 내용이 과연 지난날 보시로 발간한 것이었다.

도사가 이어 "나는 수은을 태워 백금으로 만들 수 있소. 나는 이 기술을 당신에게 모두 넘겨주고 싶소"라고 말하자, 맹은 "나는 전수받길 원치 않소"라고 답했다. 도사는 "당신이 기왕 할 생각이 없으면 잠시 시험삼아 한번 보시오"라고 말했다. 맹은 자신의 허리춤에서 수백의 은자를 꺼내 몸종을 불러 수은을 사오게 했다. 그 후 가마솥 주위에 불을 피워 매우 뜨겁게 달군 다음, 준비된 은자와 수은을 가마솥 안에 넣었다. 잠시 후 솥을 뒤집으니 정말 한 무더기 백금이었다.

다른 날 도사는 다시 와서 "이번에 나는 공에게 작별을 고하러 왔소. 마침 극히 귀한 차를 얻어 당신과 함께 맛보길 원하오”라고 말하면서 감추어 두었던 차가 담겨진 넝마같은 주머니를 꺼냈는데, 가장자리는 서캐와 이가 득실거렸다. 맹은 한 번보고 구역질이 나, 얼굴에 난색을 띠며 다기(茶器)가 없다는 핑계로 거절하였다.

도사는 아무 말이 없었으며 자신의 낡은 주머니를 돌아보더니 힘껏 망치로 그것을 부쉈다. 그리고 은제 병 안에 물을 담아 화로 위에서 끓인 후, 두 개의 찻잔에 담아 맹에게 장읍(長揖,두 손을 마주 잡아 눈높이만큼 들어서 허리를 굽히는 예)하여 차를 들고 맛을 보라고 하였다. 맹은 차가 너무 뜨겁다며 거절했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맹은 또다시 차가 이미 식었으니 한가할 때 다시 끓여 마시겠노라 말했다.

도사는 그를 보고 얼굴에 노기를 띠고, "당신의 나에 대한 인상이 정말 이렇게도 나쁜가?"라고 말하고, 찻잔을 엎어버렸으며 읍도 하지 않고 일어나 가버렸다. 맹은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땅에 쏟아진 찻물은 모두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으로 변해있었으며 그 찻잔 및 은호의 찻물이 잠긴 곳은 모두 금이었다. 이때야 비로소 그가 기인임을 알고 황망히 사람을 보내 찾아봤지만 그 소재를 알지 못했다.

고대에는 불도(佛道)를 찾음에 모두 사부가 제자를 선택했다. 사부는 먼저 근기(根基)가 좋고 오성(悟性)이 높은 사람을 선택해야 비로소 가르치기 좋았다. 그래서 언제나 여러 번 시험해 보았다.

사실 도사는 맹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 먼저 그가 종전에 한 선행의 증거인 그가 발행해 보시한 경서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다시 수은을 백금으로 변하게 하고, 찻물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시험을 했지만, 도사의 불결함은 모두 맹에게 그의 오성과 불성을 깨우는데 장애가 되었다. 이로 인해 道는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사실 맹은 수은을 금으로 바꾸는 이익의 유혹에서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에 대해 말하자면 역시 쉽지 않은 일을 해내어 대견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도사가 보기에 의발(衣鉢)을 계승할 수 있는 좋은 도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버린 것이다!

<송대 (宋代) 곽단(郭彖)의 ‘규거지(睽車志)’에서>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희망지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기복례(克己復禮)  (0) 2013.10.09
삼일 밤낮  (0) 2013.09.30
의식족즉지영욕(衣食足則知榮辱)  (0) 2013.09.26
종소리  (0) 2013.09.24
수도이야기  (0) 201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