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원시보


                                                            홍기철

 

서로의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은 사랑이었다네


맴도는 처연한 말
차마 전하지 못하고
눈물을 애써 삼키는 것 또한 사랑이었다네


마음에 감춰둔 둘 만의 추억이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함으로 머문다 해도
함께하는 것만이 사랑인 줄 알았더라네


저기 뒷짐 지고 가는 세월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네
당신을 미워할 날이 그리 많지 않더라네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은 더욱 많지 않더라네

 

 

시인 황동섭의 시 읽기

 

나는 인체를 해부하는 의사가 아니며 설계하고 개축하는 건축가도,
세월을 관조하는 철학가도 아니다. 다만 내 가슴에 흐르는 감정을 쓸 뿐이다.
그것이 새가 되든 잡목이 되든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정직하게 크는가이다.
다만, 희망을 담은 이슬 같은 한 방울이면 좋겠다.


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구나.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순애보를 접한다.
반백을 넘은 시인은 생의 길목에서 일렁이는 나뭇잎처럼 순리의 바람을 타고
오수를 즐기는 듯싶다. 그저 바라보는 것, 눈물을 삼키는 것, 왜 아니겠는가.
그것이 미움이었다가 무언의 사랑이었거니. 아쉽고 아련한 슬픔 같은 것,
더러는 연민으로 밀려오는 회한을 어쩌겠는가.


곡식이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라고 여문다면
부부는 서로의 그늘을 드리우며 애증의 그림을 함께 완성해간다.
잔소리 같은 설경이, 사소한 간섭이 계곡으로 흘러,
또는 진하게 덧칠이 되어 상처가 된 것들이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대발에 꽂아둔 단풍잎은 오그라져 삼천 배 삼천 배 하는 당신,
오얏나무의 인연도 피자두의 업보도 스스로 쌓은 것이려니 소소한 바람처럼
스쳐 가리다. 훗날의 그대에게 보내는 소중한 편지로 여기시게.


금당사의 곱디 고운 여승께선 안녕하신가?
당신의 운율에 내 정을 얹었으니 그림 속의 여백엔 달맞이꽃이 피었으려나.
개망초라도 한 웅쿰 꺾어 며느리밑씻개잎을 감아 드리고 싶었으니
식음자죽보다 더 검은 속내를 용서하시게.


천상의 약국에 가면 얼빠진 내게 청량수 한 모금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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