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여(劉如)
이시진이 출생할 때 그 이름의 내력과 관련해 아주 신기한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명나라 때 유명한 문호(文豪) 고경성(顧景星)이 쓴 《이시진전(李時珍傳)》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시진이 어려서부터 신선을 자처했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1. 돌멩이가 말을 하고 신선이 이름을 주다
이시진은 명나라 무종(武宗) 정덕(正德) 3년(1518년) 7월 3일 호북 기춘현(蘄春縣)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의술에 종사했으며 부친인 이언문(李言聞)은 당시 유명한 의사로 일찍이 황궁 태의원(太醫院)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시진이 태어나던 당일 이언문은 웬일인지 마음이 울적해져서 우호(雨湖)로 낚시를 나갔다. 평소 운이 좋으면 꽤 많은 수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몇 번이나 그물을 던졌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물을 던졌는데 마침내 묵직한 느낌이 들어 대어를 낚은 것이라 여겨 기뻐했다. 하지만 막상 그물을 건져보니 큰 돌멩이 하나만 들어있었다.
이언문이 순간적으로 상심해서 탄식하며 말했다.
“돌멩이야 돌멩이야 나는 너와 무슨 원수진 게 없는데 오늘 왜 나를 농락하며 내게 시름을 더하는 것이냐?”
그런데 뜻밖에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돌멩이가 말을 한 것이다.
“돌멩이가 기쁜 소식을 전해주러 왔습니다. 당신 아내가 곧 해산하는데 무엇을 또 구한단 말입니까?” 그러면서 돌멩이는 자신을 우호의 신(神)이라고 소개했다.
이언문이 깜짝 놀라 급히 집에 돌아가 보니 집에서 마침 이시진이 태어났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진귀한 돌멩이란 의미로 ‘석진(石珍)’이라 지었다.
[역주: 석진(石珍)은 시진(時珍)과 중국어 발음이 같다.]
한편 이언문은 또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팔선 중 철괴리(鐵拐李)가 눈앞에 나타나 기쁘게 말했다.
“시진(時珍) 시진, 백병을 치료할 수 있으니, 내 뛰어난 제자로 나의 명성을 전하리라.”
만약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이시진의 이름과 의사로서의 삶은 모두 신선이 정해준 것이고, 그의 의술 역시 편작(扁鵲)과 마찬가지로 신선이 전수해준 셈이다. 또 전설에서 어떻게 말했든 그 자신이 어려서부터 신선을 자처했으며 만년에 가부좌하고 도를 닦은 것은 진실이다.
2. 흰 사슴이 방에 들어와 스스로 신선을 자처
고경성은 자신이 쓴 《이시진전》에서 이렇게 기록했다.
“이시진은 자가 동벽(東璧)이고 기주(冀州) 사람이다. 조부는 모모이고 부친은 언문인데 대대로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었으며 의업에 종사했다. 시진이 출생하자 흰 사슴이 방에 들어왔고 보라색 영지가 뜰에 나타났으며 어려서부터 신선을 자처했다.”
즉, 이시진이 태어날 때 “흰 사슴이 방에 들어왔고 보라색 영지가 뜰에 나타났으며 어려서부터 신선을 자처했다”고 기록했다. 전설에 따르면 흰 사슴과 보라색 영지는 모두 신선계(神仙界)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이시진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신선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라고 여겼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아마 여러분들이 책을 쓴 고경성이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시진 가정사의 이런 비밀스런 일까지 알고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고경성은 이시진과 동향인 호북 기춘현 사람으로 대대로 선비집안에서 태어났다. 증조부인 고궐(顧闕)과 동생인 고문(顧問)은 모두 멀리까지 이름을 떨친 유명한 성리학자이자 교육자였으며 고문은 또 한때 이시진의 스승이기도 했다.
게다고 고경선 본인 역시 당대의 기재(奇才)로 평생 43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이중 122권이 《사고전서(四庫全書)》에 편입되었다. 그는 선조들과의 이런 인연 때문에 이시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 《이시진전》을 지을 때도 이시진 및 그 일가족의 상황에 대해 아주 상세히 알고 있었고 또 《본초강목》 전서(全書)를 통독한 바 있다. 그는 이시진을 몹시 존경했으며 글을 쓰는 태도 역시 아주 근엄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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