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원시보


아들아 / 황동섭

아들아!
부르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아들아!
이젠 네가 애비를 불러야 할 차례,
꼬옥 부르고 싶을 때 부르거라
부르지 않아도 늘 곁에서 너를 바라보아
목마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물은 목마른 자에게 향기를 흘리지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 마라
자칫 그 향기를 놓쳐 길을 잃게 되리니
네 할배가 애비의 등에 업혀 당신의 전답을 돌아보며
재미없는 저 오솔길을 일러주었듯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애비의 등을
아낌없이 네게 주고 싶구나

시인 황동섭의 시 읽기

아들아, 초록 군단의 기세는 대단했다.
도대체 저 무서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기가 맡은 만큼만 햇볕을 쬐고 꼭 있어야 할 곳에서 서로에게 어깨를 내주며
견딘다고 떡갈나무가 말했다. 팥배나무가, 산딸나무가, 혼자 선 자작나무가 그랬듯이
그 밑에 홍자색 싸리 꽃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은 위대했고 가을은 엄숙하고 성스럽게 다가와 있다.

“사람들에게 다시 나눠주고자 합니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전적으로 옳은 길을 간다고 믿으며 네가 바라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안정된 직장보다는 고난과 도전을 택한 바보 같은 네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젊음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꿈꾸는 자에겐 어려운 고비가 아무것도 아니다.
시련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 하지 않던?
이제 스펙과의 싸움을 넘어 이종 격투기 같은 링에 올랐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말도 못하게 힘들겠지만 네 열망에 따라 무한한 세계로 마음껏 날개를 펼쳐서
아름다운 너의 비행을 즐기거라.

애기똥풀이나 여뀌풀처럼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저들도
나름의 소중한 삶을 즐기며 또한 하루라도 딴전을 피우지 않음으로써 꽃을 피워 빛낼 수 있다.
하찮은 일이라도 누구의 시선에 상관없이 제 일을 실천하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이며
이 사회를 지키는 힘이라고 믿는다. 현대의 영웅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성실한 자들이 아닐까라고 믿게 되었다.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처럼 지금의 나를 냉철히 바라보고 반성하며 주어진 길을 곱게 걷고 싶다.
아들을 철석같이 믿는 아빠로부터

황동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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