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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정자] '나'라는 인식은 편견과 관념의 착시 현상이다.
나’는 나의 ‘몸’의 주인일 뿐, 나의 ‘몸’은 ‘나’가 아닌 것이다.


처서가 지난 휴게정자 앞 느티나무 속으로 매미의 열창이 파고든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며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매미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혹시 나라는 인식은 편견과 관념의 착시 현상은 아닌가.


우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하게 관념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잘 살펴보면 참으로 놀라운 진리의 ‘일단’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나(我)’와 ‘나의 것’이라는 단어다. 우리는 관념적으로 ‘나의 집’ ‘나의 자동차’ ‘나의 자녀’ 라고 말하는데, 이 경우 ‘나’는 ‘집’이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며, ‘자녀’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다시 말해 ‘나’라는 존재와 ‘나’라는 소유객체인 ‘집’ ‘자동차’ ‘자녀’ 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집’이나 ‘자동차’가 ‘나의 것’일 수 있어도 ‘나(我)’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단지 ‘집’이나 ‘자동차’라는 일시적 소유객체의 주인일 뿐이다.


“나는 홍길동이다”라고 말할 때 과연 그 말은 맞는 말일까? 위의 논리대로 한다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나는 결코 ‘홍길동’일 수 없으며 단지 ‘나의 이름’이 홍길동일 뿐이다. 이 세상에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동명이인(同名異人)도 많으므로 이름은 같아도 같은 이름을 쓰는 주인(主人公)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이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어찌 사람마저 같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름은 편의상 붙인 것일 뿐 ‘나’는 이름과 무관한 ‘나’인 것이다.


우리가 가장 혼동과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나의 몸’이 ‘나’인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실은 ‘나’와 ‘나의 몸’은 별개다. 몸을 자동차라고 하면 나는 자동차의 운전기사인 것이다. ‘나’는 나의 ‘몸’의 주인일 뿐, 나의 ‘몸’은 ‘나’가 아닌 것이다.


‘그가 죽었다’라고 할 경우 과연 그는 죽은 것인가? 실은 ‘그’라는 존재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죽었을 뿐이다. ‘그는 남자다’ ‘그는 여자다’라는 말은 어떤가? 진실로 그는 ‘남자’이고, 그는 ‘여자’인가? ‘그의 몸’속에서 그 몸을 조종하는 ‘그’는 모양도 소리도 없는 존재로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무엇일까? ‘몸’은 ‘모음’의 줄임말로 우주의 모든 원소가 ‘모아진 상태’ 를 가리킨다. 즉 우리의 ‘몸’은 원소의 집합체적 모습일 뿐 그 몸 자체가 참된 ‘나’는 아닌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이 그 누가 죽은 것을 말할 때 ‘아무개가 돌아갔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지극히 올바른 것이다.


글/ 청현

<대기원시보>




인생에 진짜 ‘내 것’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영원히 사는 사람도 또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사는 동안 잠시 빌린 것뿐이죠. 물론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인생을 살며 진짜 ‘내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20채의 집을 살 돈이 있습니다. 그중 단 한 집에서만 평생 살아야 한다면 나머지 19채의 집을 당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19채는 당신이 잠시 소유한 것일 뿐이죠.

이런 물음을 당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던져보세요. 당신의 재산은 영원히 당신 것일까요?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들이 서로 가지려고 다툴 것입니다. 집은 어떨까요? 단지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만 머물 수 있죠.

당신의 자녀들은요? 어느새 성장한 아이들은 누군가의 가족이 되기 위해 당신 품을 떠납니다. 당신이 책을 한 권 사서 이름까지 적고 책장에 두면 그 책은 당신 것이 될까요? 만약 당신이 책을 꽂아만 둔다면 그 책은 사실 당신 것이 아닙니다. 책은 읽고 진정으로 이해했을 때만 당신의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어떨까요?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신 것이 될까요? 돈은 잘 썼을 때만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돈으로 먹고 입을 것을 사고 정말 필요한 곳에 쓴다면 편안함과 따뜻함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단지 돈을 더 많이 모으려고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무리 큰 다이아몬드도 땅에 묻혀 있다면 그저 돌일 뿐입니다.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잘 쓰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당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다른 사람의 것도 많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의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신이 더 의미 있게 쓸 수도 있고요. 누군가가 심어놓은 나무 그늘에서 당신이 쉬고 있다면 나무의 그림자는 누구 것일까요? 당신에게 그늘이 꼭 필요했던 그 순간만큼은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든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 필요한 누군가에게 잠시 빌려 주세요. 당신이 나무 그늘을 잠시 빌렸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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